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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방역보다 기본권, 학원 백신패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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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 3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백신 접종 증명, 음성 확인제) 적용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해당 시설의 방역패스 적용을 “미접종자 집단을 불리하게 차별하는 조처”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학원 등 3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본안 소송 판결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본안 1심 판결까지 미접종자도 방역패스 없이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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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에서 한 시민이 휴대전화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QR 화면을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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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에 포함하는 것을 멈춰 달라”며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 논리는 헌법상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다. 권리 침해가 명백한데 정작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훨씬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을 “사실상 미접종자 집단의 학원 접근·이용 권리를 제한하는 불리한 차별 조치”라고 명시했다. 또 “12세 이상 전체 백신 미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1000명당 1.5명, 같은 집단에서 백신 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1000명 중 0.7명 정도로 감염 비율 자체가 매우 낮고, 그 차이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방역패스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부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정부가 백화점·마트 등으로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려는 시점에 나온 결정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법원 “학원 방역패스 효력 정지, 회복 어려운 손해예방 위해 긴급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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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법원 결정 2시간여 뒤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12세 이상 확진자의 30%, 중증 환자 사망자의 53%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현 시기에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 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복지부는 본안 소송을 신속히 진행하고, 법원의 집행 정지 인용 결정에 대해서도 법무부와 협의해 항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직 의사 등 시민 1023명이 방역패스 실행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본안 소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한원교)에서 오는 7일 첫 심문기일을 연다. 이 사건은 교육시설뿐 아니라 모든 시설의 방역패스 효력을 다룬다. 고등학생 유튜버 등 국민 450여 명이 “방역패스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건도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 중이다. 이날 판결은 학원·독서실 등 교육시설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상급심이 아닌 만큼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소송 당사자가 복지부 장관과 질병청장”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방역패스 전반으로 불똥이 뛸 것으로 예상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와 학원 업계는 법원 판결을 반겼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김수진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정말 받아들여질지는 몰랐다”며 “법원 판단에 감사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학원 관계자는 “방역패스를 적용한다고 아이들에게 실익이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었다”고 법원 결정을 반겼다. 그러면서도 “시행하기로 결정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 당황스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자녀의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고민했던 학부모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중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정모(45·경기도 안양시)씨는 “백신 부작용 걱정에 아이 접종을 미뤄 왔다. 학원 방역패스 때문에 큰 고민이었는데 다행스럽다”며 “고민해보고 접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접종에 대해서는 전문가 입장도 다양하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가처분 판결이기 때문에 (본안 소송의)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청소년의 경우 방역패스를 적용하기 전에 접종의 이득이나 안전성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 교수는 “이번 결정은 청소년 접종과 관련한 부분”이라며 “성인 방역패스 적용은 전 세계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패스는 미접종자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PCR 음성확인서나 예외조항 등 다른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어환희·김수민·이후연·이우림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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