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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미접종자 출입 ‘환영·거부 식당’ 알림 사이트 뜨자…미접종자는 “꿀팁” 자영업자들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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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국 식당 ‘가능·궁금’ 구분
백신 미접종 출입 여부 표시
개설 후 사이트 접속 폭주도

전국의 식당 지도에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환영·거부 여부를 표기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1인 식사만 가능한 미접종자에게 ‘혼밥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입장과 일부 불확실한 정보로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반응이 교차한다.

5일 온라인 사이트 ‘미접종 식당 가이드’에 접속하자 전국 지도와 함께 인근 식당 목록이 떴다. 식당은 크게 ‘이용 가능’과 ‘궁금’ 두 가지로 분류됐다. ‘이용 가능’은 백신 미접종자나 백신 유효기간이 지나 사실상 미접종자로 분류되는 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을 뜻한다. ‘궁금’은 해당 식당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는 의미인데, 정보에는 백신 미접종자의 입장이 불가능한 경우까지 담았다.

예를 들어 궁금으로 분류된 충북 청주시 한 카페에 대해서는 ‘미접종자는 출입금지. 빵 사는 것도 안 됨’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지난달 26일 개설된 이 사이트는 전날까지 식당의 대응 방식을 친절·거부·궁금 3가지로 분류했다. 지난 4일 오후 11시 기준 4097곳의 등록 식당 중 친절은 1539곳, 거부는 2286곳, 궁금은 272곳이었다. 식당 이름을 클릭하면 주소와 거리뷰 사진을 함께 볼 수 있었다.

개발자 “혼밥 때 불편 해소”
거부 식당 분류된 업소들은
“별점 테러” 등 피해 호소도

의학적 사유로 백신을 맞지 않은 20대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개발자는 공지를 통해 “저를 포함해 미접종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미접종 식당 가이드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행 방역지침상 유전자증폭검사(PCR) 음성확인서가 없는 백신 미접종자도 혼자서는 식당에 입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식당에서 눈치를 주거나 입장을 불허하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사이트는 한때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이용자가 몰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동일한 서비스가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출시됐는데, 구글플레이에서 500회 이상 다운로드 됐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이용자 A씨는 “지난 5월 1차 접종 이후 부작용을 심하게 겪어 추가 접종을 하지 않았다. PCR 검사지까지 들고 식당을 찾았는데 ‘미접종자는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쫓겨난 적이 있다”면서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그런 창피는 덜 당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자영업자 ‘좌표 찍기’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간단한 가입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식당 정보를 등록할 수 있어서 부정확한 정보로 애꿎은 점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접종자 거부 업장으로 분류된 카페 사장 B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카카오 리뷰에 별점 1점이 계속 달리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미접종자 거부 식당으로 찍혀 있더라”면서 “일이 바쁘다보면 응대가 친절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혼자 온 미접종자를 거부한 기억은 없다”고 설명했다.

거부 업장으로 분류된 식당 주인 C씨도 “메뉴 특성상 원래 혼밥은 받지 않았다”며 “사이트를 보니 구청장이 시에서 유일한 여당 출신이라는 이유도 써 있더라. 정치색을 들먹이며 항의하는 전화도 하루에 4~5통씩 오고 있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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