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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오미크론' 변이 확산

확산 기미 보이면 ‘봉쇄’? 오미크론 시대, 도전받는 중국 ‘제로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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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준의 DB―deep]

안팎서 우려 목소리…전 세계 위기 부를수도


한겨레

코로나19 확산세로 지난달 23일부터 봉쇄식 관리에 들어간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한 어린이가 핵산검사를 받고 있다. 시안/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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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3년째로 접어들면서 중국이 그동안 고수해 온 코로나19 정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감염성은 높지만 중증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오미크론 변이가 차츰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며 중국 내에서도 ‘봉쇄가 정답인 시대는 지났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 1300만 도시 ‘시안 봉쇄’에 내부 불만 쏟아져


인구 1300만명의 대도시인 시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 조처가 2주 넘게 이어지며 중국 내부에서 볼멘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식료품을 구하지 못해 빵이나 라면만 먹었다는 소식이나 식량을 구하러 나갔다가 공안에게 얻어 맞았다는 경험담 등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안에 사는 임신 8개월 된 한 여성은 복통을 견디지 못해 병원에 갔지만,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도록 해 결국 유산했다. 중국 지린성에 사는 한 중국인은 <한겨레>에 “다른 나라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당국의 대처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안의 프리랜서 기자 장쉐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장안(시안의 옛 이름) 10일’이라는 글도 호응을 얻고 있다. 장쉐는 이 글에서 봉쇄 이후 열흘 동안 시안에서 벌어진 실태를 기록하며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봉쇄령이 격상되며 이틀에 한 번씩 외출해 음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폐지된 뒤 누구도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조처가 취해진 다음날부터 ‘음식을 구할 수 없다’는 시안 시민들의 글이 인터넷에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장쉐는 “이 도시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그들, 권력을 쥔 사람, 그들은 이 도시에 사는 1300만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았을까”라고 적었다.

코로나 3년째 주민 피로감 커…당국도 유화 분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이 막 시작된 2020년 초엔 이런 불만의 목소리에 강력히 대응했던 중국 당국은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서방 언론은 ‘장안 10일’을 우한 봉쇄 때 풍문을 전하고 정보를 왜곡했던 ‘팡팡의 일기’(우한일기)와 연결했지만, 장안10일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시안 주민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생긴 중국인들의 피로감과 불만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첫 발생지인 우한을 비롯해 확산 기미가 보일 때마다 온 도시, 마을, 주거 단지 등을 완전히 봉쇄하는 정책을 펴왔다. 워낙 나라 규모가 크기 때문에 불가피했던 면도 있지만, 시민 사회와 언론의 기능이 약한 권위주의 체제라는 특성 때문에 가능한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둬, 세계 인구의 5분의 1(14억명)인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년 동안 11만5천여명에 불과했다. 사실상 ‘제로 코로나’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는 인구 14억명인 인도와 인구 3억명을 조금 넘는 미국의 확진자가 각3500만명과 58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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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중국 시안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시안/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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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밖 우려 목소리…실패 땐 세계 경제 혼란


중국 밖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 훨씬 크다. 미국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은 올해 최대의 글로벌 리스크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실패를 지목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중국의 정책은 감염을 억제하는 데 실패할 것이며, 더 큰 발병으로 이어져 더 심각한 봉쇄를 요구할 것”이라며 “심각한 경제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꼬박 2년을 넘기고 그에 따라 감염의 양상이 변해가면서 ‘강력한 봉쇄’보다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나기는 지나갔으니, 아예 비를 피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맞으면서 관리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최고 보건담당인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가 급감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를 예로 들며 “엄격한 봉쇄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의 도구로 쓰는 시기는 끝났다”고 말했다. 남아공은 지난해 11월 말 오미크론 변이가 최초로 발견돼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 지역의 일일 확진자는 지난달 12일 사상 최대인 3만7875명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감소해 지난 3일 3076명까지 떨어졌다. 사망자나 중증 환자도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보건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전직 자문위원 6명도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코로나19를 완전히 퇴치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뉴 노멀’ 정책이 필요다고 요구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에 따라 미국인들이 코로나19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준비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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