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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 줬더니 세대주가 다 써"…지급 방식·범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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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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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장을 보러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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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구였는데 재난지원금이 세대주에게 다 지급됐고 제가 따로 받지는 못했어요"(20대 여성)

"세대주가 남편이라 남편 카드로 지급받았어요. 생활비로 많이 충당했고 마트에서 많이 사용했어요"(50대 여성)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급 방식을 두고 갈등이 벌어져왔다. 보편 지급과 선별 지급, 가구 단위 지급과 개인 단위 지급 등에 대한 논쟁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추가 지원이 예상되는 가운데 어떤 방식이 옳은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재난 대응 소득지원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 연구서에 따르면, 2020년 5월 전 국민 대상 가구 단위로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대체로 가구주 혹은 특정 가구원이 단독 사용했다는 응답이 약 70%로 가장 많았다. 가구주 단독으로 사용했다는 응답이 50.8%, 가구원 단독 사용 19.2%로 조사됐다.

가구주가 사용과 관련해 가구원과 논의했는지 여부를 파악한 결과 응답자의 57.2%가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논의하지 않았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7.6%로 나타났다.

연구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득지원'으로 의미부여하기 어려운 수준의 액수였기 때문으로 짐작되고, 모두 희망 사용처에서 쓰기보다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사용방식에 대해 논의했다는 응답 결과가 분배방식의 합의와 실질적 배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2세대 가구의 자녀 세대의 속하는 경우 가구 내 경제적인 주도권이 없기 떄문에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 한 그 몫이 고려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8월과 9월에 걸쳐 온라인 설문조사와 개별 면접조사를 통해 정부의 1차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서울시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를 근거로 했다.


5차 걸쳐 지급된 재난지원금…가구-개인, 선별-보편 논쟁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재난지원금 등의 소득지원 정책이 추진됐다. 중앙 및 지방정부는 5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급을 지급했다. 1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됐고 2차~4차의 경우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2020년 1차 재난지원금 당시에는 가구를 기준으로 세대주에게 일괄 지급되면서 선정방식과 관련돼 문제가 제기됐다. 가구 단위의 정책 추진, 세대주 신청 기반의 취약계층 선별 지급과 관련해 형평성 있게 배분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9월에 지급된 코로나 상생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은 소득 기준 하위 80%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형평성 문제가 야기됐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선별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적절한가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지만,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정부는 소득 하위 80%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을 주장했다. 약 한 달간 논쟁 끝에 양 진영 사이 절충안인 '소득 하위 88%' 기준선이 결정됐다. 지급 마감 결과, 실제론 우리나라 86% 가구에 지급이 완료된 것으로 조사됐다.

1차 재난지원금과 달리 5차 재난지원금은 개인 단위로 지급됐다고 홍보됐지만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이 아닌 가구라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꼽힌다. 딸과 어머니가 함께 사는 2인 가구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딸의 소득 기준으로는 지원 대상이었지만 어머니와 합산된 건강보험료 기준에 따라 지원대상에서 배제된 경우다.


전 국민 지급에는 공감대…지원범위는 차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 가능성은 계속 거론된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재난지원금을 일부가 아닌 전 국민에게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장관은 "가능하다면 고통을 받는 모든 분들에게 지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모든 분을 만족하게 할 수 없다면 조금 더 고통받는 분들, 실질적인 피해를 받는 분들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들도 소득지원 정책이 실시된다면 그 대상이 모든 국민이어야 한다는 데에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재난지원금 및 소득지원 제도에 대한 서울시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이상은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차등 지급이 적절하다고 보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해 눈에 띈다. 응답자의 36.3%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6.2%로 나타났다.

이에 지원기준에 대한 정확성과 타당성, 지원효과 등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조건적인 전체 지급이 아니고 일부가 수혜를 받지 못하더라도 정책 이해가 충분하다면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서는 "선별 지급 시 지원대상의 적절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충분한 사회보장에 대한 기대보다 이를 위해 감당해야 하는 세금 부담, 그리고 그 부담이 공평하게 나눠지지 못할 거라는 불신 등이 다양하게 작동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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