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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미·러 우크라 사태 입장차 확인…러 "침공 의사 없어", 미 "긴장 완화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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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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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오른쪽) 등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안정대화 대표단이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미국 대표부에서 만나 회의를 하기 전 서로 인사하고 있다. 제네바|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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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만났지만 극적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과 러시아는 8시간에 걸친 회담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다만 양측은 각자의 우려와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외교적 논의를 이어가기로 함으로써 외교의 창은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이끄는 양측 대표단은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주재 미국 대표부에서 전략안정대화를 갖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고조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양측 대표단에는 외교부와 국방부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회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 병력 배치로 인한 군사적 긴장 해소 방안과 러시아가 요구하는 문서를 통한 안전보장 문제 등이 논의됐다. 2019년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로 공백이 생긴 유럽 지역 미사일 배치 통제 등 양자 간 안보 이슈도 논의 대상이었다.

셔먼 부장관은 회담 뒤 취재진과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약 8시간 동안 솔직하고 담백한 논의를 했다”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청취하고 우리의 안보 우려를 공유하기 위해 오늘의 특별한 회담에 왔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회담을 ‘협상’이 아닌 ‘회담’이었다면서 이번 회담의 목적이 “서로의 우선순위와 우려에 대해 더 잘 이해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도가 없고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 배치한 병력은 훈련 차원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긴장 완화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의사를 보였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그에 대한 답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긴장 완화 없이는 건설적이고 생산적이며 성공적인 외교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아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진지한 외교적 논의가 이뤄지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셔먼 부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 포기 문서 보장 등 러시아의 요구에 대해선 “애당초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보 요구에 대해 확고하나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면서 “우리는 누구도 나토 동맹의 핵심 정책이었던 문호 개방 정책을 거칠게 닫아버리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 경우 취할 제재와 관련해 “2014년(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뛰어넘는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은 가혹한 비용을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그러한 비용에는 금융 제재를 포함할 것이며, 보도된 대로 주요 금용 기관에 대한 제재, 주요 산업에 대한 수출 통제, 동맹국 영토에 대한 나토군 병력 강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 강화 등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랴브코프 차관 역시 회담을 끝낸 뒤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 과거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을 나토에 가입시키지 않는다는 명백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15일 미·러 간 안전보장조약안과 러시아·나토 간 안전 확보 조치에 관한 협정안 등 두 개 문서 초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우리는 미국 동료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어떠한 계획이나 의도도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면서 “모든 군사 준비 조치들은 러시아 영토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음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나토 비확장은 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문제이며 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더는 연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아직 나토 비확장과 관련한 주요 문제에서 어떠한 진전도 없다”면서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네바 협상의 유익함은 처음으로 우리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에 관해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의 대응은 군사·기술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러시아는 외교에 집중하고 있으며 협상 결렬시 어떤 군사적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선 거론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연쇄 회담을 할 예정이다. 셔먼 부장관도 브뤼셀로 이동해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러시아와의 회담 내용을 설명하는 등 유럽 측과 보조를 맞출 게획이다.

미국 언론들은 예상대로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지만 미·러 양측이 외교의 창은 계속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회담에서 현격한 입장차를 줄이지 못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러 회담은 나토 확장 문제에 관해 난관에 봉착했지만 러시아 대표는 상황이 비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요약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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