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향한 불신 팽배한 우크라…안보보장회담에 '외교 사기' 비판도
우크라 긴장 격화 속 미·러 회담 돌파구 못찾아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그건 '정말로 침공하고 싶다'라는 뜻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에 대해 옥사나 시로이드 우크라이나 의회 전 부의장은 이같이 일축했다.
미·러 안보 보장 회담에서 나온 러시아 측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는 반응이 우크라이나 정치권에서 나온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협상을 마친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시로이드 전 부의장은 이와 관련, 러시아가 명백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면서 러시아측의 공식 발언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최근 러시아가 군사·외교적 압박에 치중하지만, 당장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나 친서방 노선을 걷는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양보를 받아낼 만큼 위험한 전쟁 국면이 펼쳐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알렉산드르 다닐륙 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 자문역도 "러시아가 지금 뭐라고 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서 "추후 러시아가 '우리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서 원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라면서 태도를 바꾸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항상 그렇게 말한 뒤에 '그러나'라는 말을 붙인다. 러시아의 주특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미·러 회담을 두고도 "(회담이) 우크라이나에 주는 의미와 중요성은 양측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이 명백히 타협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중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 경고했고, 러시아는 외교적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이후 군사적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맞서는 등 양측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며 양측 회담이 소득 없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대규모 군대 배치로 촉발된 군사 위기 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12일에는 나토, 13일엔 범유럽 안보협의체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차례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지만, 우크라이나 내부에선 이들 회담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다.
무력 충돌 긴장 속 전선 감시하는 우크라이나군 |
블라미디르 오그리즈코 전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자국 유력 시사주간지 노보에 브레미야 스트라니(Novoye Vremya Strany)에 '러시아의 외교 사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어 러시아가 이어지는 회담에서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이번 미·러 회담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일부 존재한다고 NYT는 소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협상을 진척하려면 러시아가 먼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고 미국이 명시적으로 요구한 점을 긍정 요소로 꼽았다.
일련의 회담이 외부 세력 간 협상인 데다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자국의 명운을 두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별도의 논의도 모색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자국을 둘러싼 분쟁 해결을 위해 러시아·독일·프랑스 정상과 4자회담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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