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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줄소송 압박에 방역패스 해제…밀어붙이다 혼란만 키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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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0시부터 대형마트와 학원 등 6종의 시설을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 확인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독서실ㆍ스터디 카페 ▶도서관 ▶박물관ㆍ미술관ㆍ과학관 ▶백화점ㆍ대형마트 ▶학원 ▶영화관ㆍ공연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마스크를 항상 쓰고 있고, 침방울 배출이 적은' 6종 시설에 대해 방역 패스를 해제한다고 17일 밝혔다.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12~18세 청소년 방역 패스는 그대로 적용한다. 앞서 법원 판결로 서울의 백화점·마트는 방역패스가 해제되고, 서울 외 다른 지역은 유지하게 되면서 지역간 형평성 논란이 일자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다.



'오락가락' 방역패스, 왜 논란됐나?



이번 방역패스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촉발했다. 먼저 12~18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 의무화다. 정부는 오는 3월부터 12~18세에 방역패스를 적용해 미접종자는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할 수 없게 했다. 일부 학생·학부모가 크게 반발했다.

이 시설에서의 방역패스 적용을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맡은 함인경 변호사는 "기본권 침해인 데다가 보건복지부에서 어떠한 대안, 효과, 필요성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4일 청소년 방역패스에 제동을 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한원교 부장판사)는 "중증화율이 현저히 낮고 사망 사례가 없는 12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들을 방역 패스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방역 패스는 현재 해외에서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이용하는, 학생들의 필수 시설에 방역 패스를 무리하게 적용하려다 역풍을 맞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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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습학원·독서실·박물관·영화관·대형마트 등의 방역패스 적용을 해제한다고 밝힌 17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관계자들이 방역패스 안내문을 떼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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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마트ㆍ백화점 등 전체 면적 3000㎡ 이상의 대형 점포 이용에 방역패스를 적용한 것이다. 정부는 앞서 일주일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17일부터 이 시설들에 대한 방역 패스 단속에 본격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원의 제동으로 시행 일주일 만에 좌초됐다.

법원은 지난 14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시민 1023명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방역 패스 집행정지 신청 중 일부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용 형태에 비춰볼 때 취식이 주로 이뤄지는 식당·카페보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일률적으로 방역 패스를 적용해 미접종자의 출입을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 내에 있는 상점·마트·백화점은 방역 패스 없이도 즉각 출입이 가능해졌다. 이후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 "방역 패스도 서울과 지방 차별 두냐" 식의 민원 글이 잇따르며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결국 서울 외 지역에 대한 방역패스도 해제하기로 했다. 오락가락하는 방역 조치에 국민들 혼란도 커진다.

■ 형평성 논란에 흔들리는 '방역패스'…전국 학원·독서실·영화관·마트 적용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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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소송 이어지면서 '밀어붙이기식' 방역 패스 제동



정부는 일부 시설의 방역 패스 해제는 법원 결정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7일 브리핑에서 "(6종 시설 방역 패스 해제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서 취해진 조치라기보다는 방역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정책 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확진자 감소세를 반영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 없이 무리하게 방역패스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법원 결정에 떠밀려 급히 변경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의 방역 패스 해제 조치에 대해 "해당 시설들이 애초에 코로나 유행 위험 낮은 장소였던 거라는 걸 인정한 것"이라면서 "애초에 정부가 주먹구구식으로 지정했다는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잇따른 줄소송에 정부 방역 정책을 뒤집는 법원 판단이 속속 나오면서, 방역 정책의 형평성과 신뢰성은 흔들리고 있다. 17일까지 정부를 상대로 제기됐던 행정소송은 총 6건, 헌법 소원은 총 4건이다. 이날까지 결과가 나온 것은 총 3건이다. 이 중 2건이 방역 패스 효력정지에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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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부모단체연합·백신패스반대국민소송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방역패스 도입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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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방역 정책에 신뢰성·일관성 있어야"



청소년 방역 패스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다. 지난 14일 법원의 제동에도, 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3월 12~18세에 대한 방역 패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확진자 4명 중 1명꼴로 청소년 확진이 발생한다는 이유다. 이대로라면 새 학기부터 서울에 사는 청소년들만 방역패스 적용을 받지 않고, 다른 시·도의 청소년들은 방역패스 적용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 정책을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국민들에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3월까지 청소년 방역 패스에 대한 당위성과 과학적 근거 철저히 준비해 국민 설득해야 한다"며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 토대가 마련되지 못한다면 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어떤 방역 정책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누더기일 수밖에 없다"면서 "비판을 받아들이고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돌파 감염이 일상화 되는 상황에서 방역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기보다는 큰 방향에서 기본권을 고려하는 방역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확실한 기준과 과학적 근거 두고 정책의 정당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어환희·이우림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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