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이슈 세계 정상들 이모저모

“실권 없다”… 아르메니아 대통령 4년 만에 사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원내각제 전환으로 명예직 전락

“외교 등 권한 없어” 답답함 드러내

개헌으로 균형잡힌 권력 배분 강조

세계일보

아르멘 사르키샨(사진)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사임했다. 국가 위기 시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사르키샨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에 사임 의사를 밝히고 “이는 감정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논리에 따라 나온 결론”이라고 밝혔다. 사르키샨 대통령은 2018년 취임했으나, 7년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4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그는 대통령의 영향력이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사르키샨 대통령은 성명에서 “대통령이 국민과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외교와 내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개헌이 이뤄져 차기 대통령과 행정부가 보다 균형 잡힌 환경에서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아르메니아는 대통령제로 출발했으나 2018년 개헌으로 의원내각제로 전환했다. 대통령이 의회가 선출하는 사실상 명예직으로 전락한 셈이다. 세르지 사르키샨 당시 대통령이 3연임 금지 조항으로 집권이 어려워지자, 개헌으로 총리직에 올라 정권을 연장하려던 꼼수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실제로 개헌 직후인 2018년 5월 곧바로 총리에 올랐으나, 광범위한 퇴진 시위가 일어나 보름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야권의 니콜 파시냔 의원이 후임 총리로 선출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개헌 후 첫 국가 원수인 사르키샨 대통령은 임기 내내 총리와 대립해 왔다. 특히 2020년 오랜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싼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아르메니아가 사실상 패전하자 책임을 놓고 대통령과 총리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사르키샨 대통령은 휴전협정 대상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사르키샨 대통령은 성명에서 “내 제안은 정부 형태를 다른 형태(대통령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에 기반한 국가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