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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규식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전기車 돌격하는 일본… 소니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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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EV) 지각생으로 불리던 토요타를 비롯해 일본 자동차 업계가 ‘탈탄소’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요타가 작년 12월 전기차 등에 대한 사업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 소니도 전기차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나서면서 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소니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기존 자동차 업체와의 경쟁·협력을 통해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토요타자동차는 2021년 12월 전동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연료전지차 등) 등에 대한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 도요타는 전동차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2030년까지 8조엔을 투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이 중 절반인 4조엔이 전기차에 투자될 예정이다.

토요타는 장기적으로 전기차의 판매확대에도 적극 나선다. 이 회사는 2030년 전기차를 연간 350만 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작년 5월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를 합쳐 2030년 연간 200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를 크게 상향 조정한 것이다. 올해 첫 양산형 전기차를 시판하는 토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전 세계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경우 2030년까지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구성할 예정이다. 또 2035년에는 전 세계서 판매되는 모든 렉서스 신차를 전기차로 만들 예정이다. 전동차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차량용 배터리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토요타는 작년 9월 2030년까지 배터리에 1조5000억엔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3개월 여 만에 이를 2조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이브리드차 등에 힘을 쏟아온 토요타는 양산형 전기차를 시판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기차 지각생’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토요타는 올해 첫 양산형 전기차인 ‘bZX4’를 시판할 것으로 보인다. 탈탄소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미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차를 확산시키기 위한 제도 정비가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라 토요타도 시장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전기차·연료전지차 등의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판매되는 신차에 대해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 않는 ‘제로 배출차’로 대체해 사실상 가솔린 신차를 퇴출시키겠다는 계획을 작년 7월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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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개막한 ‘CES 2022’에서 소니는 전기자동차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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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쟁사들도 시장의 변화에 맞춰 전기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닛산은 작년 11월 말 장기 성장 전략을 통해 2026년까지 전동차에 2조엔을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차종을 기존으로 할 때 50% 이상을 전동차로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15종을 갖출 예정이다. 혼다는 2040년까지 신차 판매를 모두 전기차나 연료전기차로 바꿀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경차급 전기차 출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초 미쓰비시자동차는 닛산자동차 공동개발한 경차급 전기차를 공개했고 올봄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미쓰비시자동차 관계자는 “2022년을 경차급 전기차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이제 전기차는 특별한 차(보기 드문 차)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는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70㎞ 정도로 일상적인 단거리 이동을 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터리 용량(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 등을 조절해 가격·비용 낮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구매 보조금을 감안하면 이 차의 실질적인 구매가는 200만엔대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예측이다. 경차급 전기차 시장에는 다른 업체의 출시도 예상되고 있다. 혼다는 2024년까지, 다이하쓰와 스즈키는 2025년까지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이하쓰의 경우 토요타와 배터리 등을 공동 조달해 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전기차 움직임에는 소니도 가세해 일본과 관련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요시다 겐이치 소니 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2’에서 전기차 사업을 담당하게 될 ‘소니 모빌리티’를 올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시험 주행 등을 거듭하며 우리의 기술로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소니는 공식적으로는 ‘본격적인 사업화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니는 CES 2022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콘셉트카 ‘비전-S 02’를 공개했다. 비전-S 02는 200㎾ 용량의 전기모터 2개를 탑재했고, 중량은 2479㎏ 정도이다. 소니는 2년 전 CES에서 세단형 전기차 콘셉트카를 공개한 바 있고 도로 시험도 진행해왔다. 소니의 전기차 콘셉트카들은 이 회사의 장점인 센서기술 등이 적극 활용됐고 음향기술을 살려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소니는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자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계속 과금형’ 사업 노하우를 살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요시다 회장은 “차의 가치를 ‘이동’에서 ‘엔터테인먼트’로 바꾼다”고 말했다. 소니는 전자·게임뿐 아니라 소니뮤직·픽처스 등을 음악·영화 등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벌이고 있다. 요시다 회장이 전기차와 관련해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사업구조와 노하우를 살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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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아키호 사장이 지난해 12월 ‘토요타와 렉서스의 전동화 상품 전략’에 대한 미디어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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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계속 과금형의 수익모델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요시다 회장은 “아이보(로봇) 등에서 리커링(계속 과금) 모델을 채용하고 있고 (전기차에서도)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커링 모델은 제품을 팔고 끝내는 것이 아리나 관련된 후속 서비스·상품을 계속 공급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형태이다.

소니 관계자는 “하드웨어를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5~10년간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를 진화시키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아이보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통해 리커링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이를 전기차에도 적용해 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차량을 판매할 뿐 아니라 콘텐츠나 기능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차량 판매로 끝나는 수익모델에서 탈피하는 게 과제로 지적돼왔고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소니는 전기차 사업에서 타사와의 협업도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0년과 올 초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에 대해 오스트리아의 차 업체인 마그나 슈타이어 등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니가 공개적으로 전기차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데에는 전기차업계 등에서 인재들의 관심을 끌어 이를 채용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니의 전기차 사업 움직임에 대해 일본은 기대를 걸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사설을 통해 “소니의 등장은 100년에 한 번이라고 일컬어지는 자동차업체의 지각변동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강한 자동차 산업이 일본 경제를 견인하고 있고 신·구 플레이어의 경합이 시장 활성화와 산업의 기반 강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규식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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