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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오미크론' 변이 확산

日 7만 확진인데 외국인만 차단…日이 쇄국 버티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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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끼, 워낙 굶주린 상태라 그럭저럭 맛나게 먹었다. 두번째 끼니,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먹었다. 세번째 끼니, 이젠 팍 식은 도시락 보기만 해도 울렁거린다. 여기서 무너짐." "오늘은 강제격리 마지막 날.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 "여권 뒷면에 붙힌 스티커 번호 순서대로 격리 장소로 갈 버스 줄을 섰다. '6xx'번이 내 번호. 이후 나는 이 번호로 불렸다. 마치 죄수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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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입국 후 강제 시설격리 기간 중 나온 도시락의 한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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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이 확산한 지난해 말 이후 일본에 입국한 이들이 겪고 있는 '강제 시설격리' 후기들이다. 명분은 '방역 대책'이나 '인권 유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미즈기와(水際) 대책'을 발표했다. 해상으로 공격해오는 적을 물가로 끌어들여 육지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기 전에 섬멸한다는 게 원래 의미. 섬나라 용어다. 현 상황에 비춰보면 오미크론의 일본 내 침입을 막기 위해 공항이나 항구에서 물샐 틈 없는 방역을 하겠다는 얘기다. "G7 국가 중 가장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자평하는 기시다 정부의 미즈기와 대책의 양대 근간은 '시설 강제격리'와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다.

먼저 시설 강제격리. 우크라이나·베네수엘라 등 몇몇 국가를 빼고는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의 입국자(비자 보유 외국인 및 일본인)는 10일 간 의무적으로 격리를 해야 하는데, 그 중 3~10일은 시설에서 강제격리를 시킨다(한국에서 온 입국자는 6일간). 그런데 시설이 대체로 열악하고, 심지어 도쿄 나리타공항에 내려도 시설확보가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다시 국내선을 태워 수백km 떨어진 오사카·후쿠오카 등으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다. 어디로 보내질지, 다소 안락한 시설로 갈지 비좁은 곳으로 갈 지 그야말로 '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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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 입국한 한 한국인이 격리된 호텔. 통로가 비좁아 짐을 담은 캐리어를 펼 수도 없다. 이곳에서 문도 창문도 열지 못하고 6박을 지내야만 한다.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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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본 국내에서 코로나 혹은 오미크론으로 감염됐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실제 위험자'들은 오히려 느긋하게 자택에서 격리하면서, 출국 직전 및 일본 입국 시에 두차례에 걸쳐 PCR검사를 통해 음성을 받은 입국자들은 단지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시설에 강제로 갇혀 꼼짝없이 수일 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

이 때문에 인터넷이나 구전을 타고 각종 불만과 분노의 목소리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오후 1시 경 나리타공항에 내린 A씨의 경우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은 무려 10시간. 물과 에너지바 하나 건네받은 게 유일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고 한다. 밤 11시30분이 되서야 들어간 호텔방은 3평 남짓. 통로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캐리어를 열어 둘 공간 조차 없어 침대 위에 짐을 올려 놓고 남은 한 켠에 비스듬히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B씨는 강제 격리로 병을 얻은 경우. 낡은 호텔에 난방이 잘 안 돼 어쩔 수 없이 6일 내내 탕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몸을 담그고 있었다고 한다. 감기 기운을 호소하자 호텔 내에 배치된 간호사로부터 "정 필요하면 평소 다니는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보내달라 하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C씨는 "매끼 차가운 도시락에 마치 사육당하는 기분이었다. 세탁도 아침 7시부터 접수받는데 하루 5팀으로 한정됐다. 그것도 1~2분에 마감된다. 그냥 손빨래하거나, 6시59분부터 (전화 걸기 위해) 대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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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격리 경험자들이 격리 중 제공되는 찬 도시락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끔 노하우를 알리고 있다. 뜨거운 물을 담은 빈 도시락 접시를 위 아래에 포개 놓으면 가운데 도시락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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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각종 인터넷·SNS에는 "다 먹은 도시락통 버리지 말고 거기에 끓는 물 담고 그 위에 새로 받은 도시락을 올려놓으세요", "가습기 없으니 전기포트 뚜껑 연 채 물 끓이세요" 등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위한 조언도 올라오고 있다.

또 하나의 대책인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도 큰 논란이다.

주요 선진국 중 유학생이나 기업인의 신규 입국을 막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해외 거주 일본인의 귀국은 허용하면서 외국인의 일본 신규 입국은 차단한다. 일본 내 감염자가 이미 7만명을 넘어섰고 그 97%가 오미크론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외국인 입국을 막고 강제 격리시키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데 대다수 방역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계보건기구(WHO)마저 지난 20일 "오미크론 감염 확대를 막는 데 입국 제한이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며 일 정부에 외국인 입국 제한을 없애거나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는 이례적 상황마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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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0일 제네바 WHO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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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 정부는 외국이 뭐라고 비판하건 버티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본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일 국민의 90%가량이 기시다 총리의 외국인 입국 봉쇄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기시다 스스로 "(일본) 국내에서 크게 지지받고 있는 데 (정책을) 바꾸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정권의 운명을 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기시다로선 지지율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들어 "이런 쇄국정책을 취하는 게 과연 맞냐"(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 "한시라도 빨리 쇄국상태를 개선해야 한다"(게이단렌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는 비판이 일부 나오긴 한다. 하지만 소수 의견이다. '외부'의 비판을 의식한 듯 기시다 정부가 최근 '미즈기와 완화 조치'라며 내놓은 한마디는 코미디에 가까웠다. "인도적 차원에서 졸업 및 수료 기한이 촉박한 국비유학생 87명에 대해 이달 말 예외적으로 입국을 인정하기로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 입국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유학생은 약 15만 명. 15만 명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불과 0.058%를 풀어주고 '규제 완화'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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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시설에 수용된 이들의 방 앞에 도시락과 물이 담긴 비닐봉지가 놓여져 있다.


도쿄대 대학원 하야시 가오리 교수는 27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은 쇄국정책이 쉽게 수용돼 인권유린이나 외국인 차별에 너무나 둔감해져 있다"며 "일본 사회 전체가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감각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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