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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요소수 품귀 현상

품귀 대란 넘었더니…이번엔 '불량 요소수'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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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요소수 품귀 현상은 일단락됐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 종류가 우후죽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불량 요소수 유통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7일 서울의 한 트럭터미널에 트럭들이 정차해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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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품귀 대란으로 큰 혼란을 빚었던 요소수가 올 들어 불량품 유통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자동차 후처리장치 전문기업 동아이엔씨는 대형 화물트럭의 고장 난 '촉매환원장치(SCR)'를 분석하던 중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SCR에 붙은 막에서 황과 나트륨 덩어리가 검출됐다. 요소수 탱크에 있던 요소수에는 황과 나트륨이 기준치 대비 각각 3000배, 7만8000배나 많았다. 불량 요소수였던 셈이다. 불량 요소수가 SCR 고장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황이 많은 불량 요소수를 사용하면 SCR 성능 저하가 발생한다"며 "이 화물차는 운행 중 기준치 대비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요소수 품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려됐던 불량 요소수 문제가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등 자동차 정비 관련 사이트에서는 불법으로 제작한 요소수 구매 후기를 비롯해 불량 요소수 사용 탓으로 의심되는 SCR 고장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불량 요소수를 사용하면 오염물질 배출이 늘고, 심하면 장치 이상도 유발할 수 있다. 업계는 정부의 단속 강화와 소비자들의 요소수 정품 구입, SCR의 주기적인 점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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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국내 50여 개 생산업체가 제작·판매하던 요소수 제품은 66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2월엔 827개로 12배나 증가했다. 작년 10~11월 국내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업체들이 해외 요소수를 수입해 판매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불량 요소수가 급증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는 관세와 물류비용을 지불해도 해외 요소수를 들여와 판매하면 상당한 이익이 났다"며 "이후 가격이 떨어지자 일부 업자들이 이익을 내기 위해 요소수에 물을 섞어 파는 등 불량 요소수 판매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요소수 생산업체 관계자는 "품귀 사태 당시 일부 업체들이 비료 요소수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가격이 올랐을 때 이익을 얻기 위해 불법 제조한 요소수도 시장에 많이 유통됐다"고 전했다. 심지어 독일자동차공업협회 주도하에 만들어진 국제 요소수 품질 기준인 '애드블루' 인증을 받지 않거나, 인증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인증을 받은 것처럼 표기하고 판매하는 업체들도 여럿 존재한다.

해외에서 만든 요소수를 국내에서 판매할 때 환경부는 시제품을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석유관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에 보내 품질검사를 실시한다. 디젤차에 넣는 요소수는 인산염, 알루미늄 등 불순물이 0.2~0.5PPM 이하로 유지돼야 하는 만큼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정부가 각 제조·유통사의 요소수 품질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처음 품질검사만 통과하면 이후 어떤 요소수를 넣어 팔아도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불량 요소수 단속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료만 멀쩡하게 내고 불량품을 유통시켜버리면 사전 단속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불량 요소수를 제작해 유통시키면 1~7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이를 알고 사용한 소비자도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불량 요소수 유통은 요소수 품귀 사태가 안정화되면서 거꾸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화물트럭 카페 등을 중심으로 불량 요소수 구매 경험담이 올라오는가 하면 SCR 고장 등의 내용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정품 요소수를 구매하러 갔는데 상자가 개봉된 채 판매되고 있었다는 사례나, 특정 주유소에 저렴한 요소수가 있으니 없어지기 전에 구매해두라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동차 정비 관련 유튜브와 홈페이지에서는 불량 요소수를 사용한 다수 차량이 정비센터로 왔다는 글도 보인다. 업계는 SCR의 영구적인 사용과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정부가 요소수 적합 기준을 마련한 만큼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량 요소수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호섭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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