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총량 증가 목표 4~5%…작년보다 세져
연말에 목표 맞추려면 대출액 줄일 수밖에
은행 고객들 DSR 40%조차 못 빌릴수도
저축은행도 저신용자 대출문턱 높여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송승섭 기자] 5대 시중은행의 1월 가계대출 잔액이 8개월만에 줄어들며 ‘가계부채 파이터’를 자처한 금융위원회는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선 ‘대출 난민’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은 지난달부터 적용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난관이지만, 금융업계는 연말에 더 큰 고비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에 제시한 가계대출총량 증가 목표 수위가 작년(5~6%)보다 올해(4~5%) 더 올라갔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은행권의 가계대출액이 1년 전보다 110조원 증가한 걸로 추정되는데, 올해는 최대 97조원까지만 늘릴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 은행들이 가계에 빌려줄 수 있는 돈이 전년보다 13조원 가량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제시한 목표치에 맞추려면 4분기부터는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가계대출총량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며 "예를 들어 A은행이 3분기까지 대출을 무리없이 해주다가, 연말이 다 돼서 증가율 4%를 맞추려면 고객들에게 대출을 덜 해주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DSR규제에 따라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의 40%까지 밖에 못 받았던 대출자들이 연말에는 이 한도마저 빌릴수 없는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연말에도 은행들은 총량목표를 맞추려고 급하게 대출 억제를 하다보니 대출이자를 올리는 방법까지 썼었다.
정부가 올해 부동산 공급물량을 늘린다고 하는데 금융당국은 대출을 조이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란 지적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는데 실수요자들이 신규대출 없이 어떻게 집을 살 수가 있겠나"라며 "대출총량규제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정부 내에서도 나온다"라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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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대출 문턱도 높아지는 추세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와 가계대출 총량규제 영향 탓이다. 지난해 법정최고금리는 연 24%에서 20%로 내려갔고, 저축은행 총량규제 목표치는 21.1%에서 10.8~14.8%로 강화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총량규제 시 중금리 대출을 제외해 저신용자들의 대출 숨통을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은 규제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아직 금융당국에서 내려온 지시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2월 현재 기준으로 79개 저축은행 중에서 약 60% 이상이 저신용자(600점 미만)에 대출을 내주지 않는 상황이다. 저신용대출 비중이 1%가 넘지 않는 저축은행도 10곳 이상이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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