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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남은 건 독촉장뿐… 소송걸겠다" 거리나온 자영업자들, 삭발하며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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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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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이하 '코자총') 소속 자영업자 299명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의 코로나19(COVID-19)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삭발식에 참여한 자영업자 9명 중 1조(5명)의 모습. /사진=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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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위에 오른 자영업자 9인의 머리카락이 한 줌씩 바닥으로 떨어졌다. 목 부근에 흰색 이발용 커트보를 두른 자영업자들은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가장 처음으로 단상 위에 오른 한 자영업자의 손에는 '이젠 무슨 돈으로 버텨야 합니까?'라는 글귀가 적힌 푯말이 들려있었다. 삭발식을 지켜보던 몇몇 동료 자영업자들은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손실 보상하라" "영업시간 제한 철폐하라"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거리로 나온 자영업자 299인 "더 이상 법 지킬 수 없어… 24시간 영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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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이하 '코자총') 소속 자영업자 299명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의 코로나19(COVID-19)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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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4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이하 '코자총')은 1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를 벌였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던 자영업자들이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왔다. 현장에서는 집회 신고 인원 299인을 제한하기 위한 명부 작성이 이뤄졌고 오후 1시54분쯤 299명 모두가 도착했다. 제한 인원이 모두 도착한 뒤에도 입장하겠다는 몇몇 자영업자들과 경찰들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손실보상 100% 지급!'이라고 적힌 빨간색 머리띠와 '소상공인 죽으면 중·상층 죽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빨간색 조끼를 입고 준비된 좌석에 앉았다. 사적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을 뼈대로 하는 현행 방역지침이 연장을 거듭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장에 참석한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던 자영업자 2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우리는 (손실보상제) 소급 적용에 대해 집단소송을 할 것이며 완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길거리에 나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거리두기 조치 이후 더 이상은 법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두가 24시간 영업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고 외쳤다.

대회사 이후엔 앞서 지난달 25일에도 열렸던 '릴레이 삭발식'이 진행됐다. 1조(5명)와 2조(4명)로 나뉜 집회 참석자들은 각각 한 조씩 차례대로 연단 위에 올라가 일렬로 앉았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옆에서는 참석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10년간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양희경씨(여·49)는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지만 제 손에 주어진 건 명도소송장과 각종 압류독촉장, 체납고지서 뿐"이라며 "정부는 'K방역 성공'이라고 하는데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당장 오늘부터 모든 제한을 철폐하라"고 말했다.


분노한 자영업자들 "손실보상 없어… 집단소송 전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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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3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이하 '코자총') 소속 자영업자 299명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의 코로나19(COVID-19)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 뒤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모습. /사진=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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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영업시간 제한조치 철폐 △매출액 10억 이상 자영업자 손실보상대상 포함 △손실보상 소급적용 및 100%보상 실현 △코로나19 이후 개업한 모든 업소 손실보상금 추가 적용 등을 주장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단란주점을 3년째 운영하다 지난 1월 결국 폐업한 이모씨(57)는 "9시에 가게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은 집합금지보다 더 악질적인 행정조치"라며 "아예 집합금지를 시키면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지 않느냐. 지금 조치는 굶어죽으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씨는 격앙된 말투로 "서울시에서 자영업자 보증금 지원금 명목으로 100만원씩 나오는데 나는 유흥시설이라고 제외됐다"며 "너무 억울해서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인천에서 한우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성민(47)씨는 "직원들만 10명이 넘고 가게 평수가 100평 이상인데 월급주고 세금내면 남는 게 없다"며 "단체 손님도 받지 못하면서 피해를 보고 있는데, 2019년 연 매출액이 10억이 넘는다는 이유로 (지원금) 한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자총은 이날 정부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소송 진행을 맡은 천상현 변호사(법무법인 황해)는 "자영업자들의 권리는 헌법에 명시된 내용이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면 이길 수 있다"며 "두 달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이달 안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보다 쌀쌀해진 날씨에 집회 중간중간 눈이 내리기도 했지만 전국에서 모인 자영업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를 이어나갔다. 약 1시간 진행된 집회는 청와대 행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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