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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일감은 넘치는데···" 인력난 韓 조선업, 쇠락한 日 조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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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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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을 꿈꾸는 국내 조선업계가 암초를 만났다. 극심한 불황기 당시 조선소를 떠난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면서다. 도크를 채울 일감은 있는데, 배를 건조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인력 육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에 밀려 글로벌 조선산업 패권을 놓쳤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17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을 포함한 국내 10대 조선소 총인원은 9만2687명이다. 기술직·기능직·사무직 등을 포괄한 인원이다. 2016년 16만7174명이었던 인원이 5년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2014년(20만3441명)·2015년(20만2689명)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7년·2019년 각각 파산선고가 난 신아에스비와 SPP조선이 2014년 집계에 포함되고, 2015년에는 SPP조선이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2014·2015년의 경우 2016년 이후보다 각각 2개, 1개 기업이 조사대상에 포함됐지만, 상위 3개 조선소의 규모가 나머지 중견 조선사들을 압도한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업계 전반적으로 상당한 인력유출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한 조선사 노조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조선업계의 부침이 심화되면서 일감이 줄기 시작했다"면서 "주요 조선사들이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고, 자금 여력이 부족했던 협력업체 직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조선소를 떠났다"고 귀띔했다. 이어 "일부 숙련공들은 일본·중국행을 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직 뿐 아니라 차세대 선박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인력들도 조선사 입사를 기피하는 추세다. 교육부 통계서비스 등에 따르면 조선 호황기 당시 3만명에 육박했던 조선·해양 전공자들도 감소세다. 2017년 처음으로 2만명 선이 무너졌으며 현재는 1만5000명 수준이다. 졸업생마저도 조선사가 아닌 다른 기업을 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조선사에 입사했다가 반도체·배터리 등 경력직 인력수요가 높은 고수익 산업군으로 이직을 택한 이들도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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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현대상선(현·HMM)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인도받은 모스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현대그린피아호'. 일본은 지금도 모스형 형태의 LNG선을 고집하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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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본의 전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은 유럽 중심의 글로벌 조선패권을 빼앗은 국가다. 1970년대부터 글로벌 조선산업을 주름잡던 일본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한국에 패권을 넘겨주게 된다. 이후 중국에도 추격을 허용하며 과거의 위용을 완전히 잃은 상태다. 현재 일본 조선업계는 자국 중심의 수주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재기 가능성도 희박하다. 조선산업이 위축되자 관련학과 재학생들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일본 주요 대학들도 속속 조선 관련 학과들을 폐과했다. 일본 조선산업 부흥을 이끌었던 다수의 엘리트를 배출한 도쿄대도 학과명에서 '조선'을 떼고 1998년 환경해양공학과로 이름을 바꿨다. 2000년대 이후 일본 조선업계의 엔지니어 영입이 사실상 중단됐다.

한국이 주름잡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능력을 일본도 보유했지만, 일본이 생산하는 LNG선은 반구형 돔 형태의 구시대적 모델(모스형)이다. 과거 기술에 머물러있어 선주들도 일본 LNG선을 외면하게 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신규 엔지니어의 유입이 부족해짐에 따라 차세대 선종 건조능력에서도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신동원 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업이 기간산업인 만큼 정부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경쟁력을 지닌 업체들 외에도 중소조선사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 일자리를 창출해 우수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들이 거점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 동구나 경남 거제가 아닌 수도권에 연구개발 기능을 집중시키려 하는 이유 역시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극심한 침체기를 겪은 직후이자,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는 지금이 다음 침체기를 대비하는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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