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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하드 먹고 입술 부은 내 아이, 전신쇼크도 부르는 ‘의외의 질환’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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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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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 반응 일으키는 음식 조절법]



환자 증가세, 45.3%가 2세 미만

방치하면 아토피·천식·비염 유발

6개월마다 검사해 먹는 양 관리

아이스크림을 먹고 입술이 부풀어 오르거나,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팔다리가 가렵다면 ‘의외의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바로 ‘식품 알레르기’다. 식품 알레르기는 특정 식품에 대해 몸의 면역 체계가 일으키는 과민 반응을 말한다. 두드러기, 가려움증, 피부 발진, 얼굴 부음, 입술 부음 등 피부 관련 증상이 가장 흔하지만 일부에선 복통, 설사,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서울성모병원 알레르기내과 이숙영 교수는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급성 전신 쇼크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나거나 신장·간·췌장 기능의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이 20년 넘게 급증세다. 알레르기 질환 가운데 식품 알레르기가 ‘제2의 물결’로 불릴 정도다. 경기도교육청이 2018년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은 4.2%로, 2015년(3%)보다 약 1.4배 증가했다. 식품 알레르기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부모 중 아토피피부염·비염·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거나, 소화기관이 미성숙한 영유아에게서 식품 알레르기가 잘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식품 알레르기 환자의 45.3%는 만 2세 미만의 영아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는 “아이의 식품 알레르기를 방치하면 커가면서 아토피피부염-천식-알레르기 비염으로 이어지는 ‘알레르기 행진’이 나타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원인 식품은 연령대별로 달라



현재까지 알레르기 유발 식품으로 밝혀진 것만 160가지가 넘는다. 그중 나이대에 따라 식품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식품의 종류가 다르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영 교수팀이 식품 알레르기로 내원한 환자 273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만 2세 미만에서는 우유(39.8%)와 계란(35.5%)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만 2~6세는 견과류(22%), 만 7~12세는 과일(43.3%), 만 13~18세는 과일(25.8%)이 가장 큰 원인 식품으로 나타났다. 성인(만 19세 이상)에서는 해산물(40.7%)이 가장 많았고 육류(17.7%), 곡물(16.2%), 과일(6.9%), 채소(4.1%), 콩류(3.7%), 견과류(2.5%) 순으로 나타났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유훈 교수는 “식품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알레르겐)의 특성에 따라 일찍 또는 늦게 감작될 수 있다”며 “여기에 시기별 자주 접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시기별 주요 원인 식품이 달라진다”고 언급했다.

식품 알레르기가 의심되면 자신이 정확히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식품 알레르기를 진단하는 검사법은 피부 단자검사, 혈액검사, 음식물 유발 검사 등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피부 단자검사는 피부에 의심 음식물의 항원을 떨어뜨리고30~60분 뒤 피부 발적, 피부 팽진(두드러기) 크기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혈액검사는 혈액 내 음식물 항원에 대한 특이 IgE(면역글로불린E)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5~7일 후 결과가 나온다. 이숙영 교수는 “피부 단자검사와 혈액검사의 정확도는 약 50%로 낮아 확진을 위해서는 음식물 유발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음식물 유발 검사는 의심 음식물을 소량부터 양을 늘려가며 3~4시간 동안 섭취하는 단계를 거친다. 아나필락시스처럼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응급조치할 수 있는 병원에서 알레르기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증상 정도 따라 맞춤 식단 짜야



식품 알레르기의 원인 식품을 파악했다면 증상이 더 나타나지 않도록 식단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그런데 식품 알레르기를 대비하려는 많은 사람이 빠지는 ‘함정’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식품 알레르기 원인 식품의 장기적인 회피’다. 성장기에 나타난 식품 알레르기의 상당수는 성장하면서 호전되거나 사라진다. 그런데도 이 사실을 모르고 원인 식품을 성인이 돼서도 계속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재원 교수는 “계란 흰자 알레르기 환자의 75%는 만 7세부터, 우유 알레르기 환자의 76%는 만 6세부터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대 식품영양학과 이윤경 교수팀이 식품 알레르기 경험이 있는 만 6세 이하의 영유아 6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식품 알레르기 증상이 사라졌는데도 알레르기 원인 식품을 계속 제한해 온 비율이 9.7%에 달했다.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강성윤 교수는 “성장하면서 소화 기능이 강화되고 면역 체계가 변화하면서 만 5세 이후 대부분에서 계란·우유·밀 등에 대한 알레르기가 호전되고, 땅콩·견과류 알레르기 환자 일부는 증상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식품 알레르기가 심하지 않으면 6개월마다, 심하면 1년마다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 호전 여부를 확인한 다음 알레르기 전문의와 상담해 해당 식품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둘째, ‘대체식품 인식 부족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다. 식품 알레르기가 진행 중인 환자에게 최선의 식품 알레르기 예방법이 원인 식품의 철저한 ‘회피’인 건 맞다. 하지만 회피에서 끝낼 경우 성장을 방해하고 영양 결핍을 불러올 수 있다. 대체식품을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이윤경 교수팀이 만 6세 이하의 부모 6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식품 알레르기를 경험한 아동 부모 가운데 ‘대체식품을 활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5.4%에 불과했다. 전유훈 교수는 “영유아기에 흔한 원인 식품인 계란엔 단백질이, 우유엔 칼슘·비타민D가 풍부한데 성장에 필수적인 이들 영양소를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지 않아 영양 결핍, 성장 지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유 1팩(200mL)엔 단백질 6g, 칼슘 200㎎이 들어 있는데 칼슘 강화 두유 1팩이나 일반 두유 2~5팩, 잔멸치 30g(종이컵 반 컵 분량)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분유를 먹는 영유아에게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분유는 저(低)항원성 분유로 대체한다. 요구르트 드레싱은 오리엔탈 드레싱으로, 우유가 든 빵은 우유를 넣지 않은 비건 빵, 떡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서울시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 유튜브 채널에서 대체식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원인 식품의 무모한 미량 섭취’다. 일부 가정에서 부모가 임의로 판단해 아이에게 원인 식품을 일부러 조금씩 먹여 과민반응을 없애보려는 시도가 적지 않다고 한다. 전 교수는 “식품 알레르기 원인 식품을 낮은 농도에서 시작해 농도를 늘리며 과민반응을 없애는 면역 치료법이 의학계 일부에서 시도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연구 단계”라며 “아이의 해당 식품 섭취 제한량을 모르는 상태에서 의료진의 도움 없이 부모가 섣불리 이 같은 시도를 했다가 아나필락시스 같은 위험한 상황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 알레르기 증상이 약할 때 조리법을 바꿔 해당 원인 식품을 섭취하는 방법이 있다. 가령 맥반석에서 오래 구운 계란이나 빵을 굽는 과정에 사용된 계란은 계란 알레르기의 경증 환자가 고려할 수 있다. 알레르기 유발 단백질이 고온에서 오래 가열될수록 구조가 파괴돼 알레르기 유발 위험을 낮추는 원리다. 단, 부모가 임의로 판단해 조리법을 바꾸는 건 위험하다. 반드시 알레르기 전문의와 상의해 환자별 알레르기 증상 정도에 맞는 조리법을 찾아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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