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안 후보로부터) 단일화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경북 유세 일정을 취소한 뒤,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렬 사실을 공개했다. 윤 후보는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왔다. 저와 안 후보의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다”며 “지금까지 단일화에 대해 공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단일화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안 후보께서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시다면 언제든지 차를 돌려 직접 찾아봬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후보 간 담판을 제안했다.

윤 후보는 “정권 교체를 위한 단일화를 열망해 오신 국민께 그간의 경과를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3주간의 단일화 협상 내용과 협상을 맡은 대리인, 안 후보의 요구사항까지 공개했다. 대선후보가 직접 협상 과정을 세세히 공개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 후보에 따르면 윤 후보 측에선 장제원 의원이, 안 후보 측에선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협상을 맡았다.

정치권 “대선 4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커져”

전권을 위임받은 두 사람이 26일 오후와 27일 새벽 최종 협상을 벌여 기자회견 문구까지 조율한 뒤 후보 간 회동 일정만 남겨뒀다는 게 윤 후보 측 주장이다. 윤 후보는 “어제(26일) 오후 2~4시 최종 합의를 이뤄 저와 안 후보의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는데 다시 저녁에 안 후보 측에서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저는 ‘안 후보 자택을 방문해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양측 대리인이 다시 27일 0시 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협의를 해 윤 후보가 이날 오전 회견을 열어 안 후보에게 공개 회동을 제안하기로 했지만, 안 후보가 일방적으로 결렬 선언을 했다는 게 윤 후보 측 설명이다.

호남에서 유세 중이던 안 후보는 “오늘 아침 (윤 후보 측에서) 전해온 내용을 듣고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 전부”라며 “제가 제안한 국민 경선(여론조사)에 대해선 윤 후보 측에서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윤 후보를 만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단일화 협상에 대해선 분명히 시한이 지났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일축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으로 28일 인쇄될 예정인 대선후보 투표용지엔 윤·안 두 후보의 이름이 모두 들어가게 됐다. 동시에 정치권에선 이날을 기점으로 두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간 4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윤 후보 회견에 대해선 이재명 후보와 접전 양상인 윤 후보가 대선을 열흘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단일화 협상의 판을 깬 것은 자신이 아닌 안 후보라 규정한 뒤 단일화 이슈를 매듭짓고, 지지층 결속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태인·성지원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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