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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오늘(3월1일)부터 논란의 방역 패스 중단…‘백신 접종’ 명분 잃고 유행 확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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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너무 빨라”…유행정점 시기·규모 안갯속 / ‘미접종 보호’ 명분 당국 스스로 깬 것 아니냐는 지적도

세계일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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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보호를 위해 유지해 왔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중단하면서 그간의 방역 정책에 대한 명분을 잃음과 동시에 유행 확산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완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유행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 중증화율이 낮아졌지만 아직 위험하다고 강조하는 상황이다.

뉴시스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월1일부터 감염 위험시설 11종에 적용됐던 방역패스가 전면 중단된다. 지난해 11월1일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도입된 지 120일 만이다.

이로써 ▲유흥시설 ▲노래(코인)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내국인) ▲식당·카페 ▲멀티방 ▲PC방 ▲(실내)스포스경기(관림)장 ▲파티룸 ▲마사지업·안마소 등 11종에 방역패스가 전면 중단된다.

이제 정부가 쓸 수 있는 방역 수단은 사적모임과 영업시간 등을 포함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정도의 방역수칙 이다. 방역패스가 중단되더라도 대규모 행사·집회의 경우 최대 299명까지 가능하다는 규정 정도는 유효하다. 앞서 자기기입식 역학조사 도입에 따라 전자출입명부 시행이 중단된 바 있다.

이 같은 방역 정책 조정은 전파력이 높고 중증화율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방역패스 효용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정부는 고위험군에 검사와 치료 역량을 더욱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아직 이르다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모든 방역 정책이 지속가능하지는 않다. 유행 상황을 보면서 개편해야 한다"면서도 "완화 시점이 전문가 평가 시점보다 2~3주씩 빠르다. 1주 간격으로 완화되면서 유행 정점까지 1~2주밖에 안 남았다. 정점 도달 후 해제해야 하는데 빠르게 해제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다음 달 중 하루 최대 35만명이 확진되고, 위중증 환자는 1200명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루 최대 40만명이 발생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즉 아직 유행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을뿐더러 최대 발생 규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점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정부가 연이어 방역을 완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21일부터 거리두기 역시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밤 10시로 1시간 연장해 3주간 시행 중이다. 다음 달 1일부터는 확진자 동거인도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격리 의무가 면제된다.

더 큰 우려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미접종자 보호'에 대한 부분이다. 예방접종률이 더 오르기 힘들고, 사회적 갈등에 부딪혀 물러섰다는 이유를 정부는 들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60세 이상 미접종자는 스스로 감염에서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며 "방역패스에 대해 계속 사회적 논쟁과 갈등이 생기고 유지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을 고려해 거둬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구지방법원 행정합의1부(부장판사 차경환)는 지난 23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이 대구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소송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구 지역 식당·카페는 60세 미만에 대해 방역패스 의무 적용 효력이 본안 사건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중단됐다.

또 서울, 경기, 부산, 인천, 대전, 세종, 충북 등에서도 이보다 먼저 12~18세 등에 방역패스 적용 중단 결정이 나왔다. 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방역패스와 관련해 제기된 소송은 총 18건이며,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행정소송이 예고되는 등 부담이 더해져온 상황이다.

이처럼 각계의 반발에도 미접종자 보호를 위한 방역패스를 강조해왔던 정부가 이번에 방역패스를 포기하면서 정책의 명분을 잃고 그동안 괜한 갈등만 초래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2차 접종을 대부분이 마쳤고, 3차 접종률도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왜 하루에 100명 넘게 사망하는 시기에 불필요하게 완화 시그널을 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과학적이고 통계에 기반한 방역을 해야 한다. 증명이 안 된다면 대의명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명분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 검토 메시지까지 내놓으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유행 상황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이 같은 메시지보다 고위험군 보호에 실효성 있는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는 조언이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거리두기는 정점에 도달한 후 유행 규모가 줄어들 때 완화해야 한다"며 "중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취약계층이나 고위험군에서 사망자가 나온다. 팍스로비드 처방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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