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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우크라 침공 1주] "루블화 휴짓조각"…강력제재에 러 경제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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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루블화 가치 폭락에 기준금리 9.5%→20% 파격 인상

물가도 나날이 상승…"제재로 침공 못 막겠지만 러 국민 피해 분명"

연합뉴스

모스크바의 달러화 '빨간불'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강도를 더해가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러시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루블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물건값이 치솟으면서 러시아 현지에서는 가격표에 오르기 전과 오른 후 가격이 함께 표기되고 있다.

제재로 달러·유로화 찾기는 아예 불가능해졌다. 화폐 가치가 더 추락하기 전에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러시아가 이미 서방의 제재에 충분히 대비한 만큼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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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루블 환율이 표시된 모스크바의 전광판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시중은행 달러화 증발…"루블 휴짓조각 될지도"

영국 가디언은 서방 제재가 집중적으로 발효된 지난달 28일 모스크바 시내 한 은행에 달러·유로화를 찾기 위해 줄을 늘어선 시민들의 풍경을 전했다.

휴가를 내고 은행에 왔다는 한 시민은 "어제는 달러당 80루블이었는데, 오늘은 100루블이다. 150루블이 될지도 모른다. 언제 루블화 가치가 휴짓조각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민이 달러화를 찾기 전에 이미 은행의 달러화는 바닥났고, 대기 줄의 시민은 모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시민은 "루블화를 어디다 쓸 수 있나"라고 푸념했다.

실제로 루블화 가치는 최근 급격히 추락했다.

전쟁 전 1달러당 75루블 수준이던 환율이 이달 초에는 116루블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 9.5%의 2배 이상인 20%로 인상했다. 서방의 예상치를 웃도는 인상 폭이었다.

그러나 효과는 신통치 않다. 모스크바의 한 쇼핑몰에는 상품 가격 급등을 예상하고 미리 돈을 써 현물을 확보하려는 사람이 몰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곳곳에서 상품 가격이 치솟았다. 한 대형 전자제품 유통매장에는 이미 인상된 가격이 매겨져 있거나 기존 가격과 오른 가격이 함께 표시된 가격표가 붙어있기도 했다.

이런 충격이 증시에 반영되지 못하도록 러시아 증권 당국은 최대 증권시장을 아예 휴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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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키우(하리코프)에 떨어진 로켓탄 파편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기업가도 "경험한 적 없는 위기…엔진 불붙은 비행기"

러시아의 일반 시민뿐 아니라 기업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의 민간 구역까지 러시아의 폭격이 떨어지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직원이 100명 정도인 한 광고회사 소유주는 가디언에 아예 당분간 회사 운영을 접고 해외로 피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펩시, 폭스바겐 등 러시아에 진출한 서방 기업의 광고를 대행해왔는데, 각종 제재로 이들 업체가 러시아 영업을 거의 접으면서 이 회사 역시 생존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고 한다.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해 "경험한 적 없는 위기"라며 "엔진이 없는 비행기를 탄 것 같다. 아니면 엔진에 불이 붙었거나"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한 외식·여행업계 기업가는 "팬데믹까지 여러 번 경제위기를 겪었어도 그때마다 계속 기업을 이어갈 이유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터널 끝에 빛줄기도 보이질 않는다. 평화가 찾아온다고 해도 이미 피해를 다 입었는데 어떻게 되돌릴 건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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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한 백화점 풍경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GDP 7% 감소"…"2014년 이후 제재에 충분히 대비" 반론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 증가에서 7%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동맹이 러시아 은행과 기업에 부과한 제재가 러시아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 경제 전반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영국 유명 컨설팅사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지난달 서방 제재로 러시아 GDP가 5%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제재의 효과가 서방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거라는 관측도 많다.

특히, 그동안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의 군사 도발에 대해 서방이 늘 '전례 없는' 제재를 가했어도 이들 국가 지도자가 제재를 이유로 마음을 바꾼 일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러시아도 이미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후 서방의 제재를 겪었지만, 8년만에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014년 제재로 러시아의 GDP에서 EU 관련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서 14%로 줄어들긴 했지만 러시아 경제의 기초체력에는 큰 상처가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당시 EU의 제재가 러시아와의 무역을 제한하면서도 EU 회원국의 수출국에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고안됐던 것이 한 원인이다. 이번에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된 러시아 은행 7곳에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는 제외됐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가스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다. 제재로 가스 대금을 러시아에 내지 못하면 가스 공급이 끊어져 유럽에선 '에너지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러시아가 경제 제재를 예상하고 오랜 기간 대비해온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러시아는 국책은행들은 서방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를 축소해 왔다.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줄였고, SWIFT 퇴출에 대비해 'SPFS'라는 대체 국제결제망까지 개발해놨다.

아울러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6천350억 달러에 이르는 데다 국가 부채비율은 2021년 기준으로 18%에 그쳐 금고도 탄탄한 상황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서방 제재가 푸틴의 침공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 국민이 겪을 피해는 비교적 뚜렷하다"고 꼬집었다.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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