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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 전날 NLL 넘어온 북 선원 7명, 정부 하루만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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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대통령선거 전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나포했던 북한 선박과 탑승자들을 하루 만인 9일 북측에 송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박 탑승자 대부분이 북한군인데 귀순 의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월선 경위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되돌려 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날 오후 2시쯤 북한 선박 1척과 탑승자 7명 전원을 NLL 일대에서 북측에 인계했다. 7명 중 6명은 군복 차림이었는데, 관계기관이 조사한 결과 이들은 군인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 선박은 항로 착오 및 기계적 결함으로 월선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섬과 섬 사이에 이삿짐을 선박으로 옮기기 위해 이동하던 중 해무로 인해 방향을 상실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실제 조사 과정에서 배 안에 이삿짐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일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군 당국은 이들이 어느 부대 소속인지 등 구체적인 신원에 대해선 함구했다.

중앙일보

백령도 인근 NLL 침범 북한 선박 나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군 관계자는 즉각 송환 배경과 관련, “승선자 모두 귀환할 때까지 식사를 거부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북한 복귀를 강력히 희망했다”며 “귀순 의사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매뉴얼과 절차에 따라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충분히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북한 군인의 월선 사건인데 조사도, 송환도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과거 민간 어선 등이 기관 고장이나 연료가 떨어져 표류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해주고 해상에서 돌려보낸 일이 있다”면서도 “북한 군인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만에 뭘 조사하겠나. 진술에만 의존했을 것”이라며 “예민한 대선 시기라 빨리 송환해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들을 뒤쫓아 NLL을 침범해 7분간 우리 측 해상에 머물렀던 북한군 경비정의 행태도 수상한 대목이다. 그간 북한군이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외부와의 접촉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는 점에서다.

북한군은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표류하던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뒤 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아예 시신을 불태워버렸다. 또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북한 함정의 NLL 침범이 발각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대선을 틈타 남측의 대응 태세를 확인해 보려 한 것일 수 있다”며 “송환 문제를 빌미로 도발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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