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새 정부 청사진, 60일간 꼼꼼히 그려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인수위, 차기 내각 지명·정부부처 개편 등 진행
‘親정당형-親공약형’ 활동 바람직


경향신문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3월 10일부터 공식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이제 반으로 쪼개진 한국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해 어떻게 국정을 설계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시간이다. 따라서 3월 10일부터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5월 10일까지 두달 동안은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공존하게 된다. 당선인은 이 기간 동안 정권을 매끄럽게 인수하고 산적한 국정과제를 풀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당선인의 첫 번째 큰 과제 인수위 구성

당선인이 결정되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다. 통상 인수위는 2~3주 이내에 출범한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등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출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당선인이 곧장 착수해야 할 일은 정부조직 개편과 국정목표 등의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원장 및 인수위원을 선정하는 작업이다. 참고로 헌법상 정확한 명칭은 제67조에 명시된 ‘대통령 당선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명칭을 거절한 바 있다.

<후보자>(1972)라는 영화가 있다.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인공 빌 매케이로 분해 격렬한 선거과정 끝에 상원의원에 당선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당선되는 순간, 그는 직업 선거꾼인 루카스의 손목을 끌고 호텔 주방으로 들어가서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이다.

굳이 영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대선 승리에 매몰된 나머지 대선 이후를 준비하지 못하는 현실이 그간 여러 번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그림자 내각(섀도 캐비닛)’처럼 정부 운영에 대한 준비가 나름대로 마련돼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이래 여러차례 대통령이 바뀌는 경험을 통해 볼 때, 대선에서 승리한 측이 정권 인수작업이 제대로 준비해왔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집권을 위한 준비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는 당장 10일부터 시작되는 인수위원회 구성작업을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한시적 조직이다. 위원장을 포함하여 24인으로 구성되며, 전문위원과 자문위원을 둘 수 있다. 여기에 위원회 업무수행을 위해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파견된다. 구성 후에는 5월 10일 취임식 이후 30일까지 존속할 수 있으며, 활동경과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한다. 인수위 구성에 걸리는 기간이 있고, 또한 보고서 제출시일도 고려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는 최대 50일을 넘기기 힘들다.

따라서 무엇보다 언제 구성되고 어떤 내용을 어떤 수준으로 논의하는가가 중요하다. 인수위원회가 처음 구성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였지만 정상적으로 인수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은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다. 구성 기간으로 보면 가장 빨리 구성한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6일 걸렸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1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7일 걸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일을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궐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인수위가 없었다. 대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인수위 역할을 대신했다. 따라서 이번에 구성되는 인수위는 10년 만에 구성되는 인수위가 된다.

인수위의 중요성 때문에 여야 대선후보들은 선거운동 기간 중 일찌감치 인수위 운영 구상을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할 당시 “협치와 협업의 원칙 하에 국민께 약속드린 국정 파트너와 함께 국정 운영을 해나가겠다”며 “인수위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선 즉시 국민통합정부 구성에 착수하겠다”며 “인수위 산하의 공통공약 추진위원회를 통해 각 후보의 공통공약을 비중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구성과 기능은 5년간의 정권 설계도

인수위원장은 정부조직 개편, 국정과제 선정 등 새 정부 5년의 청사진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 중요한 자리다. 그중에서도 인수위의 핵심 역할은 차기 내각 지명과 정부부처 개편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조직과 기능에 대한 현황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 설정 준비, 취임식 관련 업무, 당선인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검증 등이 뒤따른다.

따라서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 구성이 정권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자연 인수위 구성 기간에도 차이가 생긴다. 이 차이는 여러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면서 발생한다. 예를 들면 위원장 선임이 늦어지는 경우다. 당선인 다음으로 부각되는 인물이 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치열한 내부 정치가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인수위 출범 때마다 인수위원장 인선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노무현 정부의 인수위원장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맡았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 박근혜 정부에선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각각 인수위를 총괄했다. 이번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수위원장 자리에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은 향후 정치 행보에서도 많은 가능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원장이었던 김용준 전 대법관은 총리후보에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당까지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자 취임식이 한달 가까이 남은 시점에 사퇴했다. 이외에도 역대 인수위원들은 해당 정부의 고위 관료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받은 이유다.

이번 인수위 구성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는 인수위의 정책 제시 기능이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하게 치러지면서 정책 논쟁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문제점을 보였다. TV토론에서 국민연금과 정치개혁에 대한 공론이 있기는 했지만, 네거티브의 혼란 속에 큰 의미를 찾지는 못했다. 미시적인 이슈들 때문에 거시적인 이슈들이 부각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인수위 구성된 후도 중요하다. 새 정부의 정책을 실현하는 방안을 결정하는 인수위가 아니라, 전례를 보면 사실상 그제야 논의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육부와 행정안전부를 해체한다는 정책을 내부적으로 결정해 놓고도 관료들의 반대로 오히려 두 부처를 강화한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요한 공약이 관련 부처들의 반대로 빠지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납세자 소송’이라는 공약을 관료들의 반대로 넣지 못하다가 검토라는 전제를 붙이고서야 인수위 보고서에 싣기도 했다.

인수위의 중요도는 높지만 정작 인수위가 참고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니 더욱 우려스럽다. 인수위에 관해 가장 심도 있는 연구를 담은 책으로 2007년 출간된 <인수위 67일이 정권 5년보다 중요하다>라는 책 정도만 꼽을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책은 역대 대통령직 인수위원 16인이 참여해 당시 새로 출범하던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에 대한 제언을 담았다. 대통령의 일에 대한 연구 자체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인수위에 대한 책은 더 부족한 것이다. 그나마 책과 보고서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밖에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철저한 준비만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다음 정부를 준비하는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는 이제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준비 없이 관성에 흘러가는 정부 시스템은 금세 도태되고 개인들의 삶과 나라의 살림은 피폐해질 것이다. 정권의 성패는 인수위를 보면 알 수 있다.

경향신문

2013년 1월 6일 당시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등이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현판식에 참석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관심부터 시작

정권이 바뀌는 것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관료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인수위의 가장 큰 기능은 정부조직 개편이다. 역대 정부는 인수위 기간 동안 부처 개편안을 통해 새로운 부처를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합쳐 기획재정부를 만들었고, 창조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가 없던 관계로 정부조직 개편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청와대와 기재부의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일 때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디지털혁신부와 항공우주청 설립을 약속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과학기술혁신 부총리 신설과 기재부 권한을 나누기 위해 청와대 직속 예산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보건을 떼어내 감염병 대응과 취약계층 보호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인수위는 한국 대통령제의 성공에 있어서 필수조건은 아니나 충분조건이라고는 할 수 있다. 5년 단임제인 한국 대통령제의 권력구조 하에서 대선후보는 당선 후 정당정치의 단절 현상으로 인해 대선공약의 정치적 구속력 내지 규범력을 상실시키고 정치와 국정운영에 있어서 끊임없이 난맥상을 보이는 한계를 보여왔다. 이 점은 같은 정당이 연속적으로 집권해서도 나타나지만 다른 정당으로 바뀔 때 특히 더 큰 혼란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만 해도 적폐청산을 내걸었기 때문에 공직사회가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만약 인수위를 통해 5년 단임제에서 지속적으로 표출되는 정당 책임정치와 정책공약의 단절 현상을 최소화시키는 가능성을 만들고자 한다면, 먼저 인수위의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부터 정립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단임제 대통령은 특성상 한번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권력구조 측면에서 국민이 대통령 선출권만 갖고 심판권은 없는 구조로 돼 있다. 한번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만이기 때문에, 대선공약에 대한 책임과 정치적 구속력이 상실돼 있다. 또한 대통령은 책임 추궁과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게다가 대통령과 정당 간의 일체감도 부족하다. 정당이 권력 종속적인 정치를 하는 과정이 형성되어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인 정당 책임정치를 실현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통령 당선인들은 정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돼 대선캠프를 꾸리고 당선되지만, 당선 후에는 토사구팽하듯 정당을 외면해왔다. 정당을 대통령 권력에 종속시키거나,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정당을 탈당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소속 정당이 해체되도록 방치하기도 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인수위에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포함하기도 했지만, 논공행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 한계의 극복을 이번 인수위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5년을 위한 인수위 제대로 꾸리려면

인수위 운영과 성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정책기조 형성’의 일관성과 ‘인선(人選)’의 연속성이 잘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집권당과 인수위 간 친밀성 여부, 대선공약과 인수위의 국정과제 간 일관성 여부, 그리고 각 인수위원회의 새 정부 참여 연속성 정도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또 이전 정권과의 정책적인 일관성 문제도 중요한 요소다. 4대강 사업이나 탈원전 정책 같은 정치화된 주제는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들어서는 정부는 통합정부를 구호로 내걸었으니만큼 어떻게 정책기조를 설정할지 지켜볼 일이다.

인선에서는 집권당을 배려하면서도 또한 공동정부 인사들을 배려할 수밖에 없다. 인수위원들은 향후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인수위원들의 행정부 진출은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받기도 하지만 인수위의 국정기조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 ‘양날의 검’과 비슷하다.

역대 인수위를 분석한 김병섭 서울대 교수의 논문을 보면 ‘집권정당-인수위원회 친밀성’ 정도와 ‘대선공약-국정과제 일관성’ 정도 측면에서 볼 때, 노무현 정부 인수위는 ‘비(非)정당형-반(半)공약형’의 특성을 띠었다고 분석됐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반(半)정당형-반(半)공약형’의 특색을, 그리고 박근혜 정부 인수위는 ‘친(親)정당형-반(反)공약형’의 특성을 띠었다는 결론이었다. 집권정당과 가장 친밀하지 않은 인수위는 노무현 정부 때였고, 가장 공약을 신경쓰지 않는 정권은 박근혜 정부였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인수위를 구성할 때 ‘친정당형-친공약형’ 인수위 활동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예컨대 과반수 이상),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과 자질을 갖춘 정당 소속 정치인 출신을 인수위원급 인사로 포함시키는 등의 혁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한 공동정부가 거국적인 노력으로 ‘친정당형-친공약형’ 인수위의 활동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요한 이슈 몇개에 함몰된 정치적인 인수위나 행정관료들에게 끌려다니는 의전형 인수위가 아니라 우리 정부의 구조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해낼 수 있고, 그야말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스마트한 대통령직 인수위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