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키이우, 하르키우에 있는 박물관 등서 공습 피해 속출
모래주머니 쌓아 보호…지하 카페를 벙커로 개조
모래주머니 쌓아 문화유산 보호 |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3주째 러시아군 공격으로 영토 곳곳이 화염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에서 문화유산도 위기에 처했다고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 등에서는 인명 피해와 더불어 심각한 문화재 훼손 피해도 발생했다.
하르키우 주요 미술관은 러시아군 포격으로 창문이 파손된 탓에 내부에 있던 작품 2만5천 점이 수 주 동안 영하의 날씨와 눈에 노출됐다.
이 도시에 있는 오페라·발레 극장들도 광범위하게 포격 당했다.
키이우 외곽의 박물관은 러시아군 공격으로 보관 중이던 우크라이나 유명 화가 마리아 프리마첸코 작품 25점이 불에 타 버렸다.
다른 박물관들은 러시아군 공습에 대비해 판자 등으로 외부를 막아 놓은 상태지만 직원들이 대피한 상황이라 작품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또 러시아군 공습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키이우 도심에는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적지와 기념물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러시아군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도시마다 문화재, 예술품 피해가 발생하는 까닭에 예술가들과 박물관 등은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도시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리슐리외 공작 동상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수백 개의 모래주머니를 쌓아놨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있는 안드레이 셰프티츠스키 국립박물관 직원들은 러시아 침공 후 보관 중인 작품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 위해 1주일 동안 매달려야 했다.
러군 로켓공격 뒤 화재 진압 나선 우크라 소방관들 |
르비우 오페라하우스 맞은편 그랜드 갤러리 관장인 이호르 코잔은 "모스크바에는 예술품이 파괴되고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있다"며 "우리 역사와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모든 작품을 지하에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 벙커가 있거나 유럽 다른 나라에 작품 일부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박물관들과 달리 독립 갤러리와 예술가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예술품을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크라이나 서부 도시 이바노-프란키우스에서는 작가들이 지하 카페를 벙커로 개조한 공간에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급하게 옮겨진 예술가들 작품을 보관중이라고 W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과거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도 독일이나 러시아에 예술품을 약탈당했다.
타라스 보즈냐크 르비우 국립미술관장은 "침략당할 때마다 문화재 손실은 불가피하다"며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예술이나 우리 역사가 없으면 우크라이나인이 약화한 정체성을 갖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지우고 파시즘을 숭배하는 좀비 집단으로 동화시키려는 것이 그의 전쟁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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