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물 전경.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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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풍수가의 자문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선 기간 국민의힘 선대본 청년보좌역을 맡았던 박민영씨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또 조악한 무속 프레임”이라고 반발했다.

윤호중 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우리 국방·안보에 커다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합참, 경비부대, 사이버사령부 등 보안시설을 아무 데나 계획 없이 빨리 빼라고 하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인) 용산 땅은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겠느냐. 일설에는 풍수가의 자문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민영씨는 “또 조악한 무속 프레임이 시작됐다. 청와대 용산 이전을 풍수지리설로 엮으시는데 당선인님 거주하시는 아크로비스타 위치가 삼풍백화점 무너진 자리라는 건 아시려나 모르겠다”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아크로비스타’는 1995년 6월 1500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난 자리에 지었다. 윤 당선인이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과거 큰 사고가 발생했던 흉지(凶地)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박씨는 “터 하나 때문에 청와대 이전을 하는 사람으로 몰아가기에는 아귀가 안 맞다”라며 “인수위 꾸려지기 전부터 빈집털이로 여론몰이 좀 해보려는 모양이다. 당장 신은 좀 나시겠으나 시작부터 발목 잡는다는 오명만 뒤집어쓴 채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잘 숙지하시고 자중하시는 게 어떨까 싶다”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윤호중 비대위원장 발언에 대해 “용산이 ‘오욕의 역사’를 가진 땅이라고 싸잡아서 비하하신 것이라면 당장 용산 주민들에게 사과하시라”라며 “우리 대통령이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꼭 가야겠느냐.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애초에 청와대 부지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조선총독 관저가 있던 곳이다. 윤석열 정부가 하려는 모든 일을 반대하고자 선거 끝난 다음에도 저열하게 나오시나”라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날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후보지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와 외교부가 입주한 정부서울청사 별관 두 곳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등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본관은 선택지에서 최종 배제됐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1월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러나 경호·의전 등 문제로 최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가 후보지로 급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과 관련 “졸속·억지 이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의원 일동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청와대 주변지역은 고도제한으로 5층 이상의 건축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용산지역개발계획과 재건축은 전면 백지화될 것”이라며 “윤석열 당선인은 아집을 버리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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