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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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등에 개별의사를 표하지 말라고 지시하자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최근에 올렸던 관련 글을 삭제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조율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전날 청와대 직원들에게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정책,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SNS 또는 언론에 개인적 의견을 올리거나 언급하지 않도록 주의해주길 바란다'고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공약 등에 대해 탁 비서관 등 일부 참모진이 SNS 등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과 회동을 앞두고 양측의 감정 대립이 격해지고 있는 탓에 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가 탁 비서관을 겨냥했다고 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발언이 탁 비서관 논란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앞서 탁 비서관은 전날 SNS에 "비서동에서 대통령의 집무실까지 올라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된다"고 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비서동에서 집무실까지)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로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비꼬았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17일 청와대 춘추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춘추관 현장에서 온·오프라인 화상연결을 통한 방식으로 진행된다.2021.1.17/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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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비서관은 또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 준다고 했었다"며 "근데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되나 묻고는 싶다.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잘 관리할테니"라고 적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폐쇄적이었던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을 일본에, 국민을 왕정 시대의 신민으로 비유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현재 탁 비서관은 SNS에서 전날 올린 "뛰어가면 30초" 글을 제외하고 모두 삭제한 상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당선인과 빠른 시일 내 격의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면서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그간 회동 조율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한국은행 총재 및 감사위원 인선,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회동 연기 뒤 이어진 양측의 신경전이 신구 권력 간 '충돌'로까지 비화돼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을 막고, 안정적인 정부 인수인계를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교착 상태에 있던 회동 관련 실무협상의 물꼬를 트면서 이제 공은 윤 당선인에 돌아간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복심인 탁 비서관 등을 질타하면서까지 회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윤 당선인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단 공지를 통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청와대 만님과 관련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국민들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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