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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용산 이전 극한 대치… “K트럼프란 말도” vs “광우병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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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역점 사업에 제동 건 文의 청와대

“시간 촉박” 내세워 “무리한 면 있어”

정치력 첫 시험 관문에 선 윤 당선인

신·구 권력간 갈등의 골 더 깊어질듯

‘총예산·예비비 근거·안보 공백’ 쟁점

민주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 맹폭

국힘 “발목잡기 말라”… 文에 역공도

세계일보

임시관저로 유력한 한남동 공관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직후 임시관저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한남동 공관촌 입구가 철문으로 닫혀져 있다. 한남동 공관촌에는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비롯해 외교부·국방부 장관, 합동참모의장, 육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 상당수의 공관들이 몰려 있다. 남정탁 기자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선언에 청와대가 21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역대 정권마다 정권 이양기에 신·구 권력 간 신경전이 있어왔지만 새 정부가 추진하는 역점 공약에 대해 공개 제동을 건 것은 이례적이다. 신·구 정권 간 충돌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여야도 대통령실 이전에 필요한 총예산과 윤 당선인이 언급한 예비비 신청 근거, 안보 공백 우려 등 쟁점을 놓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며 새 정부 출범도 전부터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청와대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대통령집무실 이전과 이로 인한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의 연쇄 이동에 대해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는 입장을 내놓은 건 윤 당선인의 ‘1호 추진 공약’이자 역점 사업인 용산 이전안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과 대내외적 안보 위기 상황에서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미 인사권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마저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문제는 윤 당선인의 정치력을 시험할 첫 관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대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신승한 윤 당선인이 정권 이양기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집무실 이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집권 초부터 거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정 과제 수행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윤 당선인이 당초 ‘광화문 시대’를 공약해놓고선 용산으로 집무실 이전 지역을 급하게 변경한 만큼 ‘졸속 추진’, ‘불통’이라는 여론도 형성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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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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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안에 맹폭을 퍼부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러니 미국에서는 ‘한국의 K트럼프가 나셨다’는 말이 떠돌고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청와대의 용산 이전은 민생에 백해무익하고 국가안보에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의 ‘월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민석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직인수법 어디에도 당선인에게 국가 기관의 이전 권한이 있다고 규정돼 있지 않다”며 “윤 당선인은 취임 전 집무실의 국방부 이전을 결정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당선인에게는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 승인, 집행할 권한 또한 없다”며 전날 윤 당선인이 이전 비용을 위한 예비비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을 직격했다.

국가안보에 관한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민석 의원은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국방부 등 국방시설의 연쇄 이동이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에 어긋난다며 “당선인이 취임 전에 군 통수권자의 승인이 필요한 국방부 이전 행위를 결정하고 사실상 공포하고 강행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발표한 이전 총예산 역시 496억원이 아니라 1조원에 달한다며 맹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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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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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 같은 공세를 ‘발목잡기’로 규정하며 화살을 문 대통령과 현 여당으로 돌렸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권의 발목을 잡는 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지키지 못했던 ‘광화문 대통령’ 약속을 이제라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민주당의 ‘총예산 1조원’ 주장을 두고 “이전 비용이 1조원 이상 소요된다거나 헬기장을 미군이 통제한다는 등의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익을 해치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윤한홍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이) 500억원도 안 되는 이전 사업을 1조원이 든다고 하는데, ‘광우병’ (시위가) 생각나기도 하고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놨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민주당의 ‘방공포대 재배치’ 주장에 대해 “여기는 기존에 합참과 국방부, 미군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시설, 모든 군사시설이 완비됐다”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아침부터 국민들한테 거짓말을 하면 정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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