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역학구도 변화 전망…이낙연계 친문과 통합은 숙제
신·구권력 충돌 국면 속 새 정부와 견제·협치 균형도 과제
정견 발표하는 박홍근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홍준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신(新)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3선의 박홍근(53·서울 중랑을) 의원이 선출됐다.
박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낙연계 친문 박광온 의원을 누르고 새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됐다.
박 의원은 입후보 없이 진행된 1차 투표에서 10% 넘는 지지를 받아 2차 투표에 올랐다.
2차 투표에서는 박광온 의원과 함께 상위 2위 안에 들었으나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아 결선 투표로 넘어갔다.
박 의원은 이어진 결선 투표에서 최다 득표에 성공, 박광온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민주당은 1∼3차 투표 모두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선 패배로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열린 이번 선거에서 박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당내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옛 박원순계 출신으로 이번 대선에서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비서실장을 맡아 신 이재명계로 불린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내에 '이재명 역할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이 전 지사의 영향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단상으로 이동하는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 |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전 지사를 향한 조기 등판론이 한층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박광온 의원이 결선 투표까지 오르며 경합을 벌인 것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친문 세력의 표가 뭉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들과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당내 통합을 완성하는 것이 박 원내대표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2석 거대 야당의 입법 활동을 총괄하게 된 만큼, 견제와 협치 사이에서 차기 정부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인사권 행사 등 여러 이슈를 둘러싸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이에 초유의 신·구 권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이미 여야간 긴장 수위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1차 투표에서 강경파 초선모임 '처럼회' 소속 최강욱 의원이 10% 이상 득표를 얻은 데서 보이듯 지지층 사이에서 강경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주장을 반영해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정책은 적절히 견제하면서도 무리한 발목잡기로 비치지 않도록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협조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박홍근 |
이 밖에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협력해 당을 쇄신하고, 6·1 지방선거에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 등도 박 원내대표에게 지워진 책무로 꼽힌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당의 쇄신을 위해 헌신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며 "172석 의원의 열정과 의지, 경륜, 지혜를 하나로 모아 담대하게 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쇄신과 개혁의 깃발을 들고 국민과 민생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개혁과 민생을 야무지게 책임지는 강한 야당을 반드시 만들어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정견발표에서는 "야당으로서의 첫 원내대표는 독배를 든 채 십자가를 메고 백척간두에 서는 자리"라며 "누군가는 총칼을 맞더라도 이 험난한 고비를 앞장서서 넘어가야 한다. 제가 그 선두에 서 보겠다"라고 말했다.
또 "부당한 탄압은 결단코 막아내고 개혁과 견제를 확실히 해내야 한다"며 "강한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쳐보겠다"고 강조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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