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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귀를 자르라"…러시아 장교도 떠는 '마리우폴 도살자'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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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 도살자'로 불리는 미하일 미진체프. 시리아 알레포의 포위작전도 그가 지휘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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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 폐허, 잿더미….

3주째 러시아군에 포위된채 무차별 폭격을 당하고 있는 우크리아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현재 상황이다. 산부인과·어린이병원·극장·아파트 등 민간인 시설마저 돌무더기로 변했다. 외신들은 민간인을 향한 최악의 공성전을 진두지휘 중인 미하일 미진체프(59) 러시아 중장을 ‘마리우폴의 도살자’로 지목했다.



한 사람이 만든 알레포와 마리우폴 평행이론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은 2015년 시리아의 알레포 공격을 주도했던 러시아군 지휘관이 우크라이나 ‘최악의 전선’이 된 마리우폴 공격을 총괄하고 있다면서 “시리아에서 학습한 잔인함을 마리우폴에 평행이론처럼 적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레포는 시리아 제2의 도시로, 2012년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벌어진 내전이 지속되던 중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이 극단적인 포위·아사 작전을 펼쳐 민간인 수만 명이 사망하고 폐허로 변한 곳이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당시 러시아의 공습으로 어린이 200명을 포함해 최소 17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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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시리아 알레포에서 내전 중 사망한 시민들의 시신을 한꺼번에 매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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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체프 중장은 당시 러시아 국방관리센터의 수장으로 시리아의 러시아 군사작전을 지휘했다. 마크 갈레오티 러시아 국방전문가는 “국방관리센터는 러시아의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고위급의 상황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마리우폴 공격 총책임자다.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군사령부 대변인인 세르히 브라추크는 “시리아의 도시를 파괴한 바로 그 자가 이곳에서 병원과 극장, 아파트에 융단 폭격을 지시하고 있다”면서 “알레포처럼 마리우폴을 파괴 중인 사람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소장은 “미진체프를 헤이그 전범재판소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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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시민들의 시신을 집단 묘지에 묻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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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함으로 명성, 푸틴의 선전 기계



미진체프 중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잔혹함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도청한 러시아군의 통신 내역에 따르면, 그는 하급장교가 제복을 똑바로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를 자르라”고 지시했다. 도청된 파일에서 미진체프 중장은 하급장교를 “쓰레기”라고 지칭하며 “저 쓰레기가 찌푸린 소의 눈으로 악취를 풍기며 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윽박질렀다. 이어 “왜 아직도 그의 귀가 잘려있지 않고, 얼굴과 다리는 왜 아직 멀쩡하냐”고 화를 냈다.

푸틴의 선전 기계(propaganda machine)로도 활약 중이다. 러시아 국영방송의 영상 브리핑에 출연해 “우크라이나는 도적(bandits)이며, 네오나치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은 연쇄 살인마”라면서 “러시아는 도시에서 중화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국방부 브리핑에서 “무기를 내려놓은 모든 사람은 마리우폴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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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의 민간인 거주 아파트가 폭격에 맞아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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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시민 "길잃은 개 잡아먹으며 버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마리우폴을 손에 넣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지만 아직 함락시키지 못했다. 이미 도시의 90%가 파괴됐지만 러시아는 맹렬한 폭격을 계속 퍼붓고 있다. 민간인 사망자는 3000명을 넘어섰고 도심 전체가 집단 무덤이 됐다. 전쟁 전 40만 명이 거주하던 마리우폴은 현재 10만 여 명이 고립된 채 남아 있다. 식량과 물, 전기 공급 등이 차단돼 인도주의적 위기도 커지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굶주린 시민들이 길 잃은 개를 잡아먹으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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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포격으로 부상당한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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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평화로운 도시에 침략자들이 저지른 짓은 수세기 동안 기억될 명백한 테러”라고 규탄했다. 마리우폴을 탈출한 마놀리스 안드룰라키스 그리스 총영사는 “내가 본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게르니카(스페인), 알레포(시리아), 레닌그라드(소련)처럼 마리우폴은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된 도시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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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알레포의 시민들이 지난 2월 28일 바위에 그린 우크라이나 국기와 시리아 반군 깃발. 아랍어로 "우크라이나에 영광"과 "자유 시리아에 영광"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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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은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유일한 육로이자, 아조우해의 마리우폴 항구를 통해 철강·석탄·곡물 등을 중동에 수출하는 주요 거점이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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