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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문 대통령·윤 당선인 회동 성사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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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경향신문

    2019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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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이 한 차례 무산 끝에 성사된 것은 우선 문 대통령의 의제 조율 없는 허심탄회한 대화 제안을 윤 당선인이 수용한 형태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 지금까지 공개된 것만 다섯 차례나 조속한 회동을 제안했다.

    지난 24일에는 “답답하다”면서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회동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가 윤 당선인 뜻과 달리 인사 등 선결조건을 내거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에 있다는 의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윤 당선인에게 “이른 시일 내에 만나자”는 뜻을 재차 전달하자, 윤 당선인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화답했다. 그간 장 실장과 이 수석 간 실무협의 과정에서의 인사,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편성 등 요구를 일단 접고 문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한 것이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는 신구 권력 대치가 장기화하는 데 따른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28일 만나더라도 이전까지 가장 늦은 대통령·당선인 간 만남이었던 노무현·이명박, 이명박·박근혜 때의 대선 후 9일을 훌쩍 뛰어넘는 19일 만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의제는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며 “일단 만나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우선 만나보자고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거듭된 제안을 연거푸 거부하는 모양새가 지속될 경우 ‘지는 권력’에 대한 망신주기라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집권하면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해야 한다”고 한 뒤 문 대통령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으로 몰았다”며 분노를 표한 적도 있다. 문 대통령도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프레임을 피하기 위해 회동을 서두른 측면이 있다.

    실무협의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감사원 감사위원 두 자리 인사 문제가 일단락된 것도 윤 당선인이 회동 요청을 수용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 25일 인수위에 한 업무보고에서 “현 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현 정부와 새 정부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은 신구 권력이 마냥 대치를 이어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함께 북한을 규탄하며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안보 문제 만큼은 “윤 당선인 측과 긴밀하게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두 차례 윤 당선인에게 북한 동향을 보고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정부 기조를 보면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측이 회동이라는 첫 번째 언덕은 일단 넘게 됐다. 끝을 모르고 치달았던 갈등이 한풀 수그러들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신구 권력이 대면하더라도 현안에 대한 인식 차가 워낙 커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이뤄지는 인사는 자신의 권한이자 의무라는 입장인 반면 윤 당선인은 “새 정부와 장기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도 문 대통령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안보 우려를 불식할 만한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예비비 편성 협조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원하는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MB) 사면도 윤 당선인 측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과의 거래설을 제기하면서 문 대통령의 수용 여부가 더 불확실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측이 당초 독대에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 실장이 배석하는 것으로 회동 형식을 바꾼 것을 두고 회동 후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양측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릴 경우를 우려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정대연·박순봉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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