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상품 종류에 따라 최대 8000만~3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당초 우리은행은 지난해 1월 말 마이너스통장 최대한도를 일괄 5000만원으로 낮춰 시행해 왔다.
신용대출 최대한도도 함께 원상 복구했는데, 대표 상품인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 대출’의 경우는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신한은행도 현재 마이너스통장과 일반 신용대출의 최대한도 복원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5000만원을 넘을 수 없으며,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의 경우에도 1억5000만원 이상 받을 수 없다.
28일 서울시 한 은행 외벽에 신용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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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한도 조절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구두 압박에 부응하기 위해 은행권이 가장 먼저 손을 댔던 카드다. 실수요 성격이 짙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전세대출보다는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가수요’나 주식 투자 등 비교적 여유 자금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큰 신용대출을 건드리는 것이 사회적 비난을 덜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지난해 1월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같은 해 2월엔 신한은행이, 8월과 9월엔 각각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까지 주요 시중은행들이 모두 마이너스통장 최대한도 5000만원 제한 조치에 속속 동참했다. 지난해 말 ‘대출 중단’ 사태를 빚은 NH농협은행의 경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대 2000만원으로 제한했다.
나머지 KB국민·하나·농협은행은 올 초부터 이미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의 한도 대부분을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 돌려놨다. 길게는 1년 2개월, 짧게는 6개월 만에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 한도 ‘5000만원 룰’이 전면 해제된 셈이다.
비대면 가계대출 제한도 속속 정상화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다른 은행의 주담대를 당행 대출 상품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갈아타는 ‘대환 조건부 대출’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비대면 채널에 적용해 온 ‘당·타행 신용대출 합산 1억원’ 한도 원칙을 다음 달 4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이로써 1년여 전부터 이어져 온 각종 규제책 중 사실상 신용대출 한도 ‘연소득 이내’ 제한 조치만 남게 됐다.
당초 신용대출의 한도는 연소득의 150%까지도 가능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하면서 100% 이내로 엄격히 제한됐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르면 이 조치 역시 올 하반기 모두 해제될 예정이지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이보다 일찍 연소득 이내 규제를 풀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의 대출 조건 정상화 움직임은 이달 들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가계대출 옥죄기를 주요 과제로 삼았던 현 정부의 기조가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동력을 잃어버린 것에 더해, 실적의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꼽히는 가계대출 자산의 감소세가 은행 입장에서 점점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식·가상자산·부동산 등 자산 시장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대출 수요도 자연스레 줄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규제책까지 정상화하지 않으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4일까지 705조2932억원으로, 2월 말보다 6441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 말까지 5영업일이 남은 가운데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5대 시중은행은 3개월 연속, 전체 은행권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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