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방문 백악관 부보좌관, '친구' 거론하며 '인도 끌어안기'
러 외무 방문 앞서 유화 제스처…러시아산 급격한 수입엔 우려 메시지
달리프 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국이 서방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강행하고 있는 인도에 대해 어떤 레드라인(red line)도 설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으로서는 대러 포위망 구축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등 여러 분야에서 인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 고심 끝에 이런 판단을 내리며 '인도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달리프 싱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뉴델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과 관련해 금지 조치는 없다며 "친구는 레드라인을 설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싱 부보좌관은 "하지만 우리는 인도가 에너지 등 러시아산 수입을 급격하게 늘리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원유 수입 인정을 계기로 인도가 러시아와 급격하게 교역을 확대하는 것은 자제하기를 바란다는 미국의 '우려 메시지'로 읽힌다.
그는 동맹국이 러시아 루블화를 지원하거나 달러 기반의 금융 체제를 약화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도가 제재 우회를 위해 미국 달러화 대신 루피화와 루블화로 러시아와 거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과 관련한 발언으로 보인다.
싱 부보좌관은 이어 "우리는 에너지와 국방 자원과 관련해 인도의 수입선 다변화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현재 서방의 압박 속에서도 러시아 제재에 가세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회원국 가운데 인도만 유일하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는 유엔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데 이어 러시아산 원유도 적극 수입 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후 인도가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는 최소 1천300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자 원유를 싸게 팔겠다는 러시아의 제안에 눈을 돌린 것이다. 평소 인도는 수입 원유의 2∼3%만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싱 부보좌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31일부터 이틀간 인도를 방문하기로 한 가운데 한발 먼저 뉴델리를 찾아 인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미국 입장에선 라브로프 장관의 방문 전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 러시아 중 어느 편도 확실하게 들지 않고 있는 인도를 확실하게 우군으로 묶어둘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이날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부 장관도 뉴델리에서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을 만나 국방·무역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중립 외교를 펼쳤지만, 과거 냉전 시대에는 미국보다는 러시아(구소련)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러시아는 2016∼2020년 인도 무기 수입의 49%를 차지하는 등 인도 국방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산 무기로 중국과 파키스탄을 견제해야 하는 인도로서는 대미 관계 못지않게 러시아와의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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