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1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우크라이나 난민 20명, 日 정부 전용기 타고 도쿄 도착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 20명이 일본 정부 전용기를 타고 5일 도쿄(東京)에 도착했다. 폴란드를 방문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의 귀국길에 동행하는 형식이다. 일본 정부가 외국 피난민을 정부 전용기에 태워 일본으로 이송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앙일보

우크라이나 난민 20명이 탑승한 일본 정부 전용기가 5일 오전 11시 30분쯤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일 NHK 등에 따르면 총리 특사로 폴란드를 방문했던 하야시 외상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일본으로의 피난을 희망하는 우크라이나 난민 20명을 정부 전용기에 태우고 함께 귀국했다. 하야시 외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도적 관점에서 자력으로 일본에 올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입국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6∼66세로 여성 15명, 남성 5명이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정부 지정 숙박 시설에서 3일간 대기한다. 입국 시 90일간 일본에 체재할 자격이 주어지며 그 후에도 일본에 남고 싶을 경우 1년간 머물 수 있는 '특정활동'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왜 20명만 왔나



당초 일본 정부는 더 많은 난민을 데려올 계획이었으나 일본으로 입국을 희망하는 난민의 수가 예상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후지TV에 "유럽의 기준으로 보면 일본은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자리로 이 먼 나라까지 올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사람의 대부분은 생활 환경이 익숙한 유럽 등에서 살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가운데)이 지난 2일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난민 시설을 방문해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2일까지 일본에 입국한 우크라이나 피난민은 총 393명이지만 대부분이 일본에 친척이 있는 이들로, 가족의 도움을 받아 입국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전용기로 일본에 온 난민들은 일본에 연고가 없는 사람이 상당수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기업과 대학,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 등을 마련했다. 난민지원 전문기관인 '아시아 복지교육재단 난민사업본부'에 실무를 위탁해 피난민들에게 구직 활동이나 일본어 교육 등 섬세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난민 수용 인색하던 일본 왜?



그동안 난민 문제에 소극적이던 일본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주요 7개국(G7)이나 국제사회와 발맞춰 이번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응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중앙일보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도통신은 "국내외에서 '난민 쇄국'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일본 정부가 국내 여론에 대응하고 미국과 유럽 등에 어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국민들이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평가한다'고 답했으며, 우크라이나 난민을 일본에 받아들이는 방침에 관해서도 '찬성'이 90%로 '반대'(4%)를 크게 웃돌았다.

한편 일본은 우크라이나로부터 약 39만명의 난민을 수용한 몰도바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5일 내각부와 외무성 직원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몰도바에 파견한다. 조사단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함께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의료 인력 파견 등 구체적인 지원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