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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2년 반 미룬 자영업자 빚 133조원…0%대 연체율, 숨은 부실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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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폐업한 상점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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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영업자 A(46)씨는 빚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2019년 말 2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아 대학가 근처에 식당을 열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추가로 5000만원 대출을 받아 버텼지만, 매출 부진에 이자 갚기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정부의 대출 만기 유예조치로 원금(사업자 대출) 만기는 오는 9월까지 미룬 상태다. A씨는 “매달 66만원 이자 내는 것도 벅차다”며 “상환 유예조치가 끝나도 원금을 못 갚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의 약한 고리 중 하나인 자영업자 대출 잔액(개인사업자 대출+가계대출)이 처음으로 9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연체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의 영향이다. 때문에 유예 조치가 끝나면 그간 숨어있던 부실이 한 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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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잔액과 연체율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액은 90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32.8% 폭증했다.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는 늘었지만, 은행권의 개인사업자의 연체율(0.16%)은 0%대에 불과하다.

수치로만 보면 건전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통계상 착시효과일 뿐이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 만기를 2년 반 미뤄준 영향이다. 2020년 4월부터 한시적으로 시행한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는 네 차례 연장돼 오는 9월에 종료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해당 대출 잔액은 133조4000억원(70만4000여건)에 이른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해당 지원 조치가 끝나면 빚 못 갚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면서 연체율은 단숨에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은행권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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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영업 가구의 17%, 돈 벌어도 적자



시장에선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빚(금융 부채)을 보유한 자영업자 가구 중 장사로 생활비(필수지출비)와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적자 가구(한국은행 자료)가 2020년 3월 70만 가구에서 지난해 말 78만 가구로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 가구의 16.7%를 차지한다.

더욱이 이 중 27만 가구는 금융 자산으로 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미만인 ‘유동성 위험 가구’다. 정기예금 등 모아둔 돈을 다 쓰더라도 1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다.

또 한은은 자영업자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대출 만기가 일괄 연장되면 올해 적자 가구의 금융부채 잔액은 195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2%(18조원) 늘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유동성 위험 가구의 빚(82조원)도 14%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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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자영업자 적자 가구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수위 해법은 ‘배드뱅크’ 조성?



새 정부는 자영업자 대출 관련 잠재적 부실을 관리하는 방안으로 ‘배드뱅크’를 검토하고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정부, 은행이 공동출자하는 ‘배드뱅크’로 장기간 낮은 이자로 연체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배드뱅크는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매입해 전문적으로 관리·처리하는 특별기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 중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당시의 긴급 구제식 채무 재조정’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실제 김대중 정부는 IMF 당시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설치해 100조원 넘는 부실채권을 매입해 정리했다.

하지만 상당수 경제 전문가는 당장 부실채권을 끌어안는 수습보다 ‘차주 옥석 가리기’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실한 자영업자인지, 코로나에 따른 일시적 타격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유암코 등 부실채권을 관리하는 기관이 있는 데다 은행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배드뱅크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자 부담이 커지는 금리 인상기에 대출 만기를 무작정 연장해주는 건 부적절하다”면서 “(은행이) 2년 넘게 미뤄둔 자영업자의 상환능력부터 따져서, 빚을 못 갚는 경우에 한해 지원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윤상언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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