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폭격에 뼈대만 남은 우크라 학교 (하르키우 EPA/P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의 한 학교 건물이 러시아군 폭격으로 산산이 부서져 뼈대만 남아 있다. 하르키우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군 침공 이후 집중 공격을 받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2022.3.24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한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고 영국 BBC 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부의 마을 오부호비치 주민들을 인터뷰한 결과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리자 인근 학교에 숨고서 주민들을 총으로 위협하며 학교로 끌고 가 가둬둔 채 인간방패로 썼다는 증언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키이우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오부호비치는 벨라루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와 가깝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이 지역을 점령하고 주요 거점으로 삼았다.

오부호비치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 전선에서 밀리자 집마다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찾아내 총으로 위협하며 지역 학교에 가뒀다. 학교에는 러시아군이 머물고 있었다.

당시 마을에선 주민들이 집 대문에 우크라이나어로 '사람'이라는 단어를 써 놓았다고 한다.

자국 군인들에게 민간인이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러시아군에 사람이 있다고 알려주는 표시가 되고 말았다.

문을 열지 않으면 러시아군은 문을 부쉈다. 노인들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약 150명이 학교로 끌려갔다.

'이반'(60)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러시아인들은 파시스트이고 반달족이다. 아이들과 사람들이 울부짖었다"라며 "러시아인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학교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천장이 무너지면 그곳이 공동묘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학교에 잡혀있던 당시 느낀 공포를 전했다.

러시아군 일부는 술에 취해 주민들에게 벨라루스로 끌고 가겠다는 위협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세계 2차대전에서 살아남았다는 마리아 빌로호보스트(89)는 러시아를 당시 독일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녀는 "그들이 러시아어를 했지만 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러시아군이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을 모두 끌고 갔는데, 두살된 증손녀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마을은 서서히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과 다시 연결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키이우와 연결되는 다리를 폭파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임시 다리를 설치했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인근 이반키우 지역에서도 민간인들에게 총을 쏘고 포로로 잡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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