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 가치의 재발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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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뇌 건강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새삼 면역력의 가치를 절감했다. ‘뇌 건강’과 ‘면역력’은 요즘 가장 강조되는 건강 핵심 키워드다. 그런 면에서 침향은 주목할 만한 약재다. 기력 회복과 심신 안정이라는 기존 효능에 새로운 효능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른 연구결과는 침향 추출물이 뇌 손상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증진한다고 말해준다.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나거나 세균·곰팡이에 감염됐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을 말한다. 오랜 세월을 거쳐야 침향은 약재로서 재탄생한다. 한의학에서도 침향은 체내 기운을 잘 다스리는 약재(이기약·理氣藥)로 통한다. 특히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리고 몸에서 잘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 데 탁월하다고 본다. 특히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을 콩팥으로 모아 단단하게 하고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침향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을 거쳐 입증됐다. 우리나라·중국·동남아시아 등의 전통 의서에는 그 가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동의보감』에는 침향에 대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쓰여 있다. 또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는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뇌 활성산소 줄이고 면역 세포 활성화
대부분의 전통 약재가 그렇듯 침향의 효능도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전환점을 맞았다. 2020년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다. 연구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한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하고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리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한 일반 쥐 그룹과 달리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가장 현저히 줄었다.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는데,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이러한 손상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 예방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2021년 7월 생명과학회지에는 또 다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동의대 항노화연구소, 동의대 한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공동 연구진이 침향의 면역 증진 효과를 확인한 연구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정글 지역에서 수집된 침향 2종(Aquilaria malaccensis)을 감압·농축해 얻은 추출물로 쥐의 대식세포(RAW 264.7)를 처리해 24시간 동안 배양했다. 그 후 연구팀은 침향 추출물의 처리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대식세포에 긴 방추형 사상위족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대식세포의 이 같은 변화는 ‘공격형 대식세포’로 불리는 M1 표현형으로 분극화한 것을 의미한다. M1 표현형이 생기는 것은 인체가 면역계 자극을 통해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수단이다. 연구진은 “침향 추출물을 통한 이 같은 변화는 홍삼 추출물보다도 영향력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며 “홍삼 추출물 대비 저농도에서도 M1 표현형을 획득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는 대식세포의 식작용 활성이 침향 추출물 처리 농도에 따라 증가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제품 선택할 땐 관리 기준 확인 필요
다만 침향도 관련 제품을 선택할 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약재는 종과 관리 수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과거 중국산 한약재에서 허용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한약재의 경우 한약재 안전 및 품질관리 규정이 있지만, 침향의 경우 국내 품질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엄격한 잣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침향 관련 규격은 국내의 경우 약전에 담긴 규격이 거의 유일하다. 약전에서는 침향의 규격에 대해 건조 함량 8% 이하, 회분 2% 이하, 묽은에탄올엑스 18% 이상, 납(5ppm)·비소(3ppm)·수은(0.2ppm)·카드뮴(0.3 ppm) 등 중금속 함량 상한 기준이 명시돼 있을 뿐이다. 최소한의 안전 기준인 셈이다.
따라서 침향을 원료로 한 제품이라고 같은 품질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침향 관련 제품을 구입할 때는 가급적 별도로 자체 품질관리 시스템을 보유한 곳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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