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바다에서 작전해야…내륙부대 지원에 영향"
초기 즈미니섬 공격 때 우크라군 저항 사건으로 유명
러시아 유도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호' |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호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폭발과 함께 큰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단 러시아 측이 부인하고 있어 진위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모스크바호가 러시아 흑해 해군력의 상징이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해상 작전에서 큰 역할을 해온 만큼 정치적, 군사적 의미가 적지 않다고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러시아 해양 연구소의 마이클 피터슨 국장은 14일(현지시간) BBC에 "모스크바호는 흑해에서 러시아 해군력의 상징"이라며 "이번 일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사기를 올릴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 과정에서 최우선으로 크림반도 군항 세바스토폴에 근거를 두고 있던 군함들을 접수했으며 이후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해군력을 상실했다.
피터슨 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군사력에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스크바함의 상실은 군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면서 "러시아 해군이 이제 더 먼 바다에서 작전해야 하고 이는 내륙의 부대를 직접 지원하는 능력이나 해안 작전 시 공중방어 지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시오 파탈라노 킹스칼리지런던대 교수는 영국 더 타임스에 "러시아에 큰 타격이었을 것"이라며 "선박은 떠다니는 국가 영토이므로 하나를 잃으면 군사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상징적 메시지가 더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미국 태평양 사령부 합동 정보센터의 전 작전 국장인 칼 슈스터는 CNN에 "러시아인들의 사기와 해군의 평판에 이보다 더 타격을 줄 일은 탄도미사일 잠수함이나 러시아의 유일한 항공모함인 쿠츠네초프호 손실 정도"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에 따르면 유도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호는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건조돼 1980년대 초반에 취역했으며 시리아 내전에도 투입됐다.
길이 187m, 폭 21m의 크기에 승무원도 약 500명 이상 탑승할 수 있으며, 사거리 700㎞ 이상인 불칸 대함 미사일 10여기 등을 싣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 군함이 피해를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러시아 모스크바호 |
모스크바호는 특히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본토 남단 근처의 즈미니섬 공격에 가담한 일로 정치·군사적 상징이 됐다고 영국 텔레그래프지가 전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군인 한 명이 투항하라고 회유하는 이 배를 향해 "꺼져라"라고 답한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이 병사는 포로로 잡힌 뒤 풀려나 지난달 '영웅' 칭호와 함께 훈장을 받았다.
우크라이나군은 자국군이 이 배를 격침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 측은 화재로 인한 폭발사고라고 맞섰다.
막심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오데사 주지사는 전날 텔레그램에서 자국군의 '넵튠' 지대함 미사일 2발이 러시아 해군의 순양함 모스크바호에 큰 피해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넵튠은 우크라이나군이 소련의 KH-35 순항 미사일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이다. 실전에 투입된 것은 이번 전쟁이 사실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모스크바호에서 매우 큰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 화재로 탄약고가 폭발,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다"며 폭발의 원인이 단순 사고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승조원은 모두 구조됐으며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더 타임스는 전날 폭풍우로 구조에 어려움이 있던 것으로 보이며, 위성 사진 판독의 어려움으로 인해 선박 상태도 확인이 잘 안 된다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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