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작별인사 받고 대피하던 중 사방에서 총격
집 앞에서 박격포 공격에 온몸에 파편…밤에는 악몽
담요 쓰고 피란열차 기다리는 우크라 어린이 |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피신 중에 러시아군 총격에 목숨을 잃거나 살아남았어도 몸과 마음의 부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BBC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리세이 랴부콘은 3월 11일 키이우 동부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다가 러시아군 공격에 세상을 떴다. 살았다면 다음 달에 만 14세가 된다.
뒤늦게 교회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그의 아버지는 마지막 대화를 하듯 관을 쓰다듬었다.
전쟁 초기 숨어 지내던 랴부콘의 가족은 대피가 허용되자 마을을 떠나기로 했고 러시아군은 작별인사를 하고 행운까지 빌어줬다.
그러나 들판을 지날 때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왔다. 피난 차량 5대 중 두번째 차의 승객들이 몰살했고 거기에 랴부콘이 있었다.
랴부콘의 어머니는 "들판을 기어서 세살 작은 아들의 모자를 끌어당겨 겨우 구했다"며 누구라도 살아남은 것은 운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러시아의 범죄를 알기를 바란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어린이 20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파괴된 아파트 잔해에 놓여진 꽃 |
6세 다니일 아프딘코는 이달 초 동북부 체르니히우의 집 앞에 있다가 박격포 공격으로 파편이 온몸에 박히는 부상을 입었다.
공격으로 가족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어머니는 다리에서 피를 심하게 흘려서 가방끈으로 급히 지혈을 해야 했다.
세 식구는 각기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서 초기에는 서로 생사를 알 수 없는 시기를 보냈다.
의료진은 아프딘코의 머리에 있는 파편은 제거했지만 등의 것은 지금 제거하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판단해서 남겨놨다. 이 밖에도 다리에 골절 등 여러 부상을 입어서 언제 걸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프딘코는 이번 일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실로 가라는 말을 듣지 않고 집 밖에 있는 아버지에게 가겠다고 우긴 탓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다치지 않은 아이들도 심리적 외상을 겪고 있다.
부차에 살던 13세 일리야 보브코우는 전쟁이 시작된 날 충격을 받았다. 숙제하고 게임을 하는 평범한 날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엄마는 짐을 싸라고 했고 지하실에서 살기 시작했다.
이후 피난 길에는 불타는 건물, 망가진 탱크, 시체를 봤다.
이제는 키이우 정부 건물의 방 한 칸에 살고 있다.
그는 "러시아군에 가족이 살해되거나 인질로 잡히는 꿈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며 깨곤 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관심을 게임 등으로 돌리려고 하지만 식량이 부족할 때는 힘든 대화를 나눠야 한다.
보브코우의 친척은 "아이들에게 빵과 물이 가장 중요한 것이며, 이제는 예전과는 다르게 살아야 하고, 어른이 될 때가 됐다고 말한다"고 털어놨다.
우크라이나의 어린이들은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하게 됐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어린이 780만명 중 3분의 2가 이주민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병사와 함께 걷는 어린이들 |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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