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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연애결혼 했다가 가족에 납치·폭행…파키스탄 부부, 난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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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결혼 상대 선택 막는 것은 인격권 침해"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대법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연애 끝에 결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가족으로부터 납치와 폭행 등 괴롭힘에 시달린 파키스탄 국적 외국인들이 소송 끝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심준보 김종호 이승한 부장판사)는 파키스탄 국적인 A씨 부부와 자녀가 인천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A씨는 2016년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배우자인 B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으나 B씨 집안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끝에 한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다.

A씨 부부는 본국에서 B씨가 가족에게 납치와 구타를 당했으며 이에 A씨가 법원에 구제를 청구했으나 뇌물을 받은 경찰관이 도리어 B씨의 가족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은 여성이 가족의 동의 없이 스스로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행위를 가족 공동체의 명예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간주해 살해하는 이른바 '명예 살인'이 단위 인구당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라는 것이 A씨 측 설명이다.

A씨 부부는 한국에서 비자를 연장해가며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자녀까지 낳았으나 아직도 B씨 가족으로부터 한국에 찾아오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당국은 A씨가 난민 신청을 뒤늦게 한 점, 국내에서 구직 활동을 해왔던 점, 그의 친족들이 국내에서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 난민 신청을 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어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A씨가 2020년 6월 제기한 행정소송의 1심에서 재판부는 당국의 처분을 유지하도록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파키스탄에 돌아갈 경우 원고 B의 가족 등으로부터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느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들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사에 반하는 결혼을 강요하거나 스스로 선택한 혼인 상대와 결혼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 이혼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모두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성적 자기 결정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하고도 본질적인 침해"라고 판단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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