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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필리핀, 남중국해서 자원 탐사 중단키로…"중국 압력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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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석유·가스 공동 탐사 재개…에너지원 부족에 해당 부처 '반발'

전문가 "중국 '자국 우선주의'에 굴복" 분석

연합뉴스

중국 해양경비정을 바라보는 필리핀 해양경비대원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정부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자원 탐사 작업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실의 마틴 안다나르 대변인은 정부가 남중국해에서 석유과 가스 탐사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안다나르 대변인은 "안보 자문회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14년 영유권 분쟁이 확대되자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석유 및 가스 공동탐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취임 후 '친중 행보'를 보여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8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남중국해 내에서 석유와 가스 공동탐사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 2020년 10월에는 공동 탐사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필리핀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팔라완 인근 해역에서 탐사중인 현지 자원개발 회사들은 작업 중단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필리핀 에너지부는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의 탐사 작업은 합법"이라면서 반발했다.

현재 필리핀은 가스 등 에너지원 부족에 직면해있다.

필리핀 본섬인 루손에 공급되는 전력의 40% 가량을 충당하는 말람파야 가스전은 수년내 매장 자원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이번 결정의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필리핀대 부설 해양법연구소장인 제이 바통바칼은 이번 결정은 탐사 작업을 중단하라는 중국의 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공동 탐사·개발을 추진해왔는데 결국 필리핀이 이에 굴복한 것"이라면서 "이는 향후 자원 개발과 관련해 좋지 않은 전망을 낳는다"고 덧붙였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필리핀 외에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지난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자국 영해라고 고집하는 중국의 주장을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스카보러 암초(필리핀명 바조데만신록) 인근에서 중국 해양경비정 한 척이 순찰 임무 중이던 필리핀 해양경비정에 가까이 따라 붙어 긴장이 고조되기고 했다.

당시 필리핀 정부는 마닐라 주재 중국 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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