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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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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조정위 도입 앞장섰던 민주당, 이젠 ‘탈당·사보임 꼼수’로 무력화 앞장···“개혁 앞세워 편법·꼼수만” 내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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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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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앞서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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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입법을 추진하면서 ‘위장 탈당’ 및 ‘꼼수 사·보임’을 통한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에 나선 것을 놓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소수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날치기 입법 처리를 방지하고 소수정당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스스로 안건조정위 제도 도입에 앞장 섰지만 10년이 지나 21대 국회에서 거대 여당이 된 뒤에는 수차례 안건조정위를 ‘패싱’하는 강행 입법 처리에 적극 나서면서다. 그때마다 민주당은 대부분 ‘개혁 입법 명분’을 내세웠지만, 반성 없이 불통 정치만 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도 당내에선 “또다시 묘수가 아닌 자승자박 꼼수로 후회할 것인가”라며 자성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안건조정위는 정치적 견해차가 큰 법안에 대해 여야가 동수(각 3명)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최대 90일 동안 밀도 있게 법안을 심사하는 제도다. 안건조정위 의결은 6명 중 4명이 찬성하면 가능한데, 여기서 의결되면 소위원회 의결 없이 곧바로 상임위 전체회의로 법안이 상정된다. 18대 국회가 끝나가던 2012년 4월 그간 거친 몸싸움으로 ‘동물국회’라는 비난을 받던 여야가 다수당의 강행 처리를 막고 소수당의 국회 입법 의견 반영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은 앞장서서 이 법의 통과를 주장했고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안건조정위는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의 ‘입법 독주 꼼수’에 형해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 도입 취지는 무시한 채 안건조정위를 다른 정당의 의견을 무력화하는 틀로 이용한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2년 동안 각 상임위별 주요 안건조정위에서 민주당은 주로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 한 자리에 범여권 의원을 끼워넣는 방식을 주로 썼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나 열린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을 야당 몫 위원으로 배치해 법안 통과를 위한 ‘6 대 4’ 비율을 맞춘 것이다.

첫 사례는 2020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제정 때다. 야당의 강한 반대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가 안건조정위를 구성했지만 회의는 70여분 만에 종료됐다. 안건조정위 야당 몫 위원 중 한 명은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이었다. 야당은 “애초부터 야당과 협의할 생각없이 ‘6대 4’만 맞추고 회의에 들어간 것”이라고 항의했다.

지난해 8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서도 똑같은 광경이 재현됐다. 언론개혁에 나선 민주당이 언론계·시민사회·야당의 반대를 무릎쓰고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자 문화체육관광위 안건조정위가 만들어졌고 역시 민주당의 주도로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의결됐다. ‘야당 몫 위원 끼워넣기’의 주인공은 김의겸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이었다.

2020년 12월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처리 때에는 웃지 못할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정무위 안건조정위에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야당 몫 위원으로 들어가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무난한 처리를 예상했지만 배 의원이 소신에 따라 ‘공정거래위의 대기업 담합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하며 버티자 일단 해당 조항을 담은 법안을 의결했다가 1시간여 뒤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고발권 유지’로 법을 바꿔 처리한 것이다. 민주당의 ‘뒤통수 치기’에 정의당은 강하게 항의했고,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정의당까지 사기를 당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지난해 5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을 놓고선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탄소중립법 처리에서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하며 민주당의 입법 처리를 도왔다.

당내에선 소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이번 검수완박 입법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계속 악용하고 무력화하는 전략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소영 의원은 21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검수완박 입법을 위해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것에 대해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라며 “민주당과 가까운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지정해 (국회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은 있었지만 엄연한 민주당 의원이 탈당해 숫자를 맞추는 일은 전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안건조정위는 날치기나 물리적 충돌이 횡행하던 후진적 모습을 청산하고자 여야 이견을 숙려·조정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만든 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편법을 강행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친이재명계 7인회’ 멤버인 김병욱 의원도 이날 “그동안 우리 당이 비판받아 온 내로남불정치, 기득권정치, 꼼수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했다.

2년 전 비례대표 의석 수 확보를 위해 ‘위성정당’을 창당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개혁을 앞세워 편법과 꼼수를 활용하는 정치에 대한 자성도 잇따랐다. 당 비대위원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위성정당에 대해 대선 기간 중에 이재명 후보가 몇 번 사과하고 반성했는데, (대선 이후)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탈당 무리수까지 감행하는지,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실지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도 “수사·기소 분리라는 법안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2년 전 위성정당 창당 때와 다르지 않다”며 “국민들에게 이게 옳은 일이라고 설명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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