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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문 대통령 “검수완박 국회의장 중재안 잘돼…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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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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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들과의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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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힘을 실으면서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를 뒤집고 재논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중재안을 통과시킬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사를 두고 “인사에 있어서 때때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기말 특별사면 단행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 지지 또는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녹지원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질문에 “박 의장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의 합의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재안은 검찰에 남아있는 6개 범죄 수사권 가운데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4개 범죄를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은 부패·경제 범죄는 가칭 중대범죄수사청 발족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된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을 우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더라도 추진하는 방법이나 과정에서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논의가 필요하고, 가능하면 합의 하에 처리되면 더 좋다. 검찰과 경찰 간에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 즉각 시행을 주장하는 쪽과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쪽 모두 중재안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합의할 수 있다면 의회민주주의에 맞는 것이고, 협치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반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검찰 주장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합의안에 따르더라도 검찰이 그동안 장점을 보였던 부패·경제수사는 직접 수사권을 보유하게 된다”며 “직접 수사권이 없는 부분도 중요한 사안들은 영장 청구와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보완 수사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대범죄수사청이 만들어지면 수사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수사 능력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후속 절차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여야가 합의한 박 의장 중재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재논의를 요구한 국민의힘과 ‘검수완박’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모두에 합의를 지킬 것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검장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검찰에도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반발에도 중재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여야 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은 사표 수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지명 당시 “이(검수완박) 법안의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에 오래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검경 수사권 분리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거나 ‘충분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대한민국의 정의를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퇴임 전 마지막 특별사면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 지지 또는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임기 마지막까지 여론을 살피며 사면 여부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재계 등은 문 대통령이 다음달 8일 석가탄신일에 맞춰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MB)·김경수 전 경남지사·정경심 교수·이석기 전 의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사면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분들에 대한 사면이 사법 정의를 보완할 수 있을지, 사법 정의에 부딪칠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부터 대통령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시대’를 끝내는 것이 그동안의 우리 역사, 청와대 역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무언가를 청산한다는 의미라면 그것은 다분히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곧 떠날 저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마다 공과 과가 있다”며 “그러나 우리 역사를 총체적으로 평가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청와대 개방 노력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 측이 집무실 이전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불통을 거론한 것을 반박하는 취지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는 한때 ‘구중궁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며 “우리 정부에서만 해도 청와대 앞길 전면 개방, 인왕산·북악산 전면 개방이 이뤄졌고, 청와대 경내 관람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다음달 9일 오후 6시 업무를 마치고 청와대를 나간다. 일각에서 문 대통령이 5월9일 밤을 청와대에서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날 서울 모처에서 머문 뒤 이튿날 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청와대 즉시 개방을 추진하는 윤 당선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마지막 날 밤을 청와대에서 보내지 않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며 “신구 정권 간의 갈등으로 표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136억원 규모의 2차 예비비를 의결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회고록에서나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인사 논란 전반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인사에 있어서 때때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그것이 이번 선거(대선)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한 점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이뤄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시점이나 수사 방식을 보면 너무나 공교로운 부분이 많아서 목적이나 의도가 포함됐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도 “(의도를) 단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민정수석실 폐지 추진에 대해서는 “걱정된다”며 “기대만큼 해내지 못해도 그런 기능을 보완해 가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하면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힌 데 대해 간담회에서 “은둔생활을 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다만 현실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을 끄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무런 계획을 하지 말자는 것이 지금 저의 계획”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에 가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찾아온 시민들을 매일 만났던 것과 같은 정례적인 일정을 갖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문 대통령 임기 중 두번째 열린 것으로, 사실상 문 대통령의 마지막 기자들과의 만남이다. 문 대통령이 출입기자단과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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