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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우크라戰 불똥 일본으로?…러 "쿠릴열도 전면 개발" 日 "우리땅 불법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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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러-일 영토권 분쟁중인 쿠릴열도 놓고 신경전…

물 건너간 평화조약 협상, 서로 "내땅" 주장…

러시아 '대러제재' 적극 나선 日에 불편한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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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AP뉴시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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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일본이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남단 4개 섬 영토권을 놓고 심상찮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이 국제사회 '대러 제재'에 적극 나서면서 양국의 갈등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을 인용해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부총리가 쿠릴열도 4개섬에 대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전면 개발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쿠릴열도는 태평양 북서부 캄차카반도와 일본 홋카이도 사이 1300㎞에 걸쳐 있는 열도로 56개 섬들로 이뤄져 있다. 러시아 동부 사할린주에 속해 있는 이 섬들은 태평양과 오호츠크해 를 가르는 구분선이기도 하다.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권 분쟁을 벌여온 곳은 쿠릴열도 남단 이투루프·쿠나시르·시코탄·하보마이 등 4개 섬으로 일본에선 '북방영토 4도'라고 부른다.


"日 보고 있나?"…쿠릴열도서 군사훈련, 전면 개발 시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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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부총리가 나서 전면 개발을 시사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국제사회 경제제재 조치에 적극 동참한 일본을 견제·자극하는 동시에 쿠릴열도 영토분쟁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쿠릴열도 인근에서 벌인 대규모 군사훈련과 면세특구 지정법안 마련에 이은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지난달 쿠릴열도에서 3000명 이상 병력과 수백대 장비를 동원해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특히 쿠릴열도 이투루푸 섬에 실전 배치된 지대공 미사일 'S-300V4'를 시험 발사해 긴장감을 유발했다. 이 미사일은 반경 400㎞ 이내에 접근하는 전투기와 미사일을 격추 요격하는 강력한 성능을 가진 대공방어 시스템이다. 러시아는 또 해군 구축함·호위함 등 군함 10척을 일본 본토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 쓰가루 해협으로 보내기도 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쿠릴열도 4개 섬을 면세 특구로 지정하는 법안에 전격 서명했다. 이들 4개 섬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에 20년 간 법인세 등을 면제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일본을 견제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다. 러시아가 면세 특구를 설치해도 투자할 외국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법을 바꾼 것은 일본을 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불법점거" 일본도 적극대응…양국 갈등 격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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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2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도심에서 국제활동가들이 러시아의 침략 성향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일본 국기를 덮어 쓴 이들은 "러시아는 자국 영토가 아닌데도 개의치 않는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일본은 장기간 러시아와 영토권 분쟁을 벌여 왔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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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도 쿠릴열도에 대해 "북방 4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강조하는 등 맞서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쿠릴열도 남단에 대해 "일본 고유 영토"라는 표현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2022년도 외교청서에는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지만 현재 러시아가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이후 줄곧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북방 영토 관련 방침을 계승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지난 2018년 11월 아베 당시 일본 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양국 간 평화조약을 조속히 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가 분쟁이 있는 4개 섬 가운데 2개(시코탄·하보마이)를 일본으로 반환하되, 일본은 국회에서 '고유 영토'라는 표현을 자제하기로 했다. '우리가 주권을 가진 섬' 등 모호하게 표현하는 등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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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오른쪽)이 지난 2019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국제유도대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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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러시아와 일본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 외무부는 일본의 대러 제재 동참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일본과 추진해온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내 공동 경제활동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국제사회는 쿠릴열도를 둘러싼 러시아와 일본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51년 4월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옛 소련이 서명하지 않아 러시아와 일본 간에는 평화조약이 없는 상태다. 1956년과 2019년 2개 섬 영토권을 일본에 넘겨주기로 한 협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현재 일본은 4개 섬에 대해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러시아는 전쟁 과정에서 해당 섬들을 모두 점령한 만큼 돌려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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