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배제 요구 인사 2명 후보로 확정
“성범죄 무관용 원칙” 천명 무색한 결론
한국성폭력상담소·부산성폭력상담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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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일으킨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지원단체가 2차 가해 연루 정치인들의 공천배제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사이 공천배제를 요구한 정치인 3명 가운데 2명이 6월 지방선거의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부산성폭력상담소 등 57개 단체는 25일 성명을 내어 “성폭력 2차 피해 문제 해결에 대해 민주당이 약속하고 천명한 바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에 최민희 전 의원,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 양승조 충남지사 등을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이들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의 위력 성폭력 사건 당시 2차 가해에 가담한 적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양승조 충남지사는 안 전 지사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한 바 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 경선을 준비하며 안 전 지사 면회를 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 지사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이 2차 가해라는 지적에 “2차 가해 의도는 없었지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는 오거돈 전 시장 사건 당시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이때 변 후보는 피해자 보호조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이 사건을 ‘개인 일탈’로 규정해 비판받았다.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는 지난해 10월 변 후보의 행동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며 당 윤리심판원에 징계를 요구했으나, 두 달 뒤 민주당 부산시당은 변 후보의 징계를 기각했다. 최민희 전 의원은 안 전 지사 사건이 ‘불륜’이라는 취지의 글을 공유하고, “(가해자) 부인과 가족의 분통함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안희정 지사의 경우 일부는 불륜이라고 하지만 불륜은 잘못 아니냐”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들에 대한 공천과 경선을 그대로 진행했다. 그 사이 양승조 충남지사는 경선에서 황명선 논산시장을 53.08%포인트 차로 누르고 25일 공천이 확정됐다.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도 지난 14일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단수 추천됐다. 최민희 전 의원은 남양주시장 예비후보로 경선 과정을 밟고 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민주당의 ‘묵묵부답’이 지난 대선부터 최근까지 공언해온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성폭력·성비위·권력형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공천 기준에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도 지난달 29일 지방선거 공천 부적격 심사 기준을 논의하면서 ‘2차 가해도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소속 26명의 의원은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사과하면서, 2차 가해에 대한 제재와 피해자 지원체계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대선 캠프와 지방선거에서 2차 가해자를 배제하라는 요청에도 (민주당의)공식 답변은 없었다”며 “지난 수년간의 권력형 성폭력 2차 피해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조처는 이미 늦었지만, 더 늦출 수 없는 시작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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