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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검수완박 정국 속 여론 후폭풍 부담…文, 결국 사면카드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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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김경수·정경심 모두 '반대 의견' 과반 넘어…명분없다 판단

MB·金 함께 사면하면 '측근 끼워넣기' 프레임 직면…'무더기 사면'도 부담

사면심사위 등 물리적 시간도 부족…임시 국무회의 개최는 명분 약해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국민청원 답변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것은 지난 4주년 특별답변(2021.8.19.) 이후 두 번째이며, 287번째 청원 답변이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마지막 사면 카드를 끝내 접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정국에서 여론의 반대가 큰 사안을 밀어붙인다면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과반 넘는 반대여론, 역풍 우려에 '선회'…국민통합 명분도 약해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종교계나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면을 요청하는 탄원도 이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막판까지 장고를 이어갔다.

한때는 문 대통령이 사면에 긍정적인 듯한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가 공개한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끝내는 여론조사로 표출되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하고 사면권 행사를 포기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모습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2명을 대상으로 사면 찬반 의견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반대는 51.7%로 집계됐다.

여기에 김 전 지사(56.9%), 정 전 교수(57.2%) 등에 대한 사면 반대 의견도 절반을 훌쩍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사면을 밀어붙일 경우 문 대통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여권 전체가 여론의 역풍에 처할 우려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할 때에는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처럼 반대 여론이 큰 상황에서는 이같은 명분 역시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 검수완박 정국에 '독주 프레임' 부담…'끼워넣기' 비판 압박도

특히 최근 국회에서 '검수완박' 정국이 펼쳐진 것과 시기적으로 맞물린 것이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더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해당 법안을 국무회의에 올려 최종적으로 공포하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여기에 사실상 '묵시적 동의'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문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비판이 가해지는 형국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무회의 짐까지 짊어진 상황에서 사면까지 강행하는 것은 적지않은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터져나오는 '끼워넣기 사면' 비판도 문 대통령에게는 압박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계기에 측근인 김 전 지사를 '끼워넣기'했다는 지적을 넘어, 오히려 김 전 지사의 사면이 핵심이고 여기에 이 전 대통령을 '끼워넣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법률가 출신이라 자신의 명분, 논리 등을 중시한다"며 "'끼워넣기' 정치사면 비난은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정 전 교수에 대해서는 논의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문 대통령이 '자기 편 감싸기식 정치사면' 프레임을 극도로 경계했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사면론이 부상하자 각종 정계·재계에서 수많은 '탄원'이 들어온 것도 오히려 사면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을 수 있다.

이런 '무더기 사면'은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언해 온 '사면권 행사 최소화'라는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도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임기 말이라고 해서 '다 털고 가자'는 식의 사면은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지나친 사면요구의 '범람' 속에 문 대통령이 한 사람도 사면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면을 실제로 이행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사면 카드를 접은 배경의 하나로 거론된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실제로 이 전 대통령 등을 사면하고자 했다면 늦어도 지난달까지는 결단을 하고 행정적인 절차에 착수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MB사면' 반대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자로 나서서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심한 시점은 이로부터 사흘이 지난 이날 오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였다.

퇴임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까지 결정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사면이 없을 것임을 암시하는 일종의 '시그널'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hysup@yna.co.kr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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