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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국제유가 흐름

러시아 석유 금수조치 앞두고도 산유국은 증산 뒷짐…다시 오르는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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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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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기흥휴게소 주유소에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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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원유 수급 우려가 커졌지만 산유국들은 증산에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까지 이행되면 유가 고공행진은 장기화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에서도 유류세 인하 효과가 반감되는 것을 넘어 무역수지 적자와 물가 상승이 동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5센트(0.4%) 오른 배럴당 108.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유가는 EU가 수입금지를 검토하면서 다시 꾸준히 올랐다. 여기에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미국 등 서방의 증산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존 증산 물량(하루 43만2000배럴)을 6월에도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공급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 법안이 시행되면 유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원유·석유제품 수출량 중 중국 등 우방국 수출분을 제외한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수입이 즉시 중단되면 배럴당 185달러까지 원유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본다. EU가 원유수입 금지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다른 산유국들이 러시아 원유 손실분을 채우지 못하면 유가는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 전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가 약 35% 였던 독일은 최근 이를 12% 수준까지 낮추는 등 금수조치 이후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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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국내 유류세 인하 효과도 반감될 전망이다. 이달 1일부터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면서 지난달 30일 리터(ℓ)당 평균 1974.77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5일 기준 1932.20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국내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만큼 시차를 두고 다시 오를 수 있다.

천연가스 가격 오름세까지 이어지면서 무역수지 적자 구조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기준, 미국 가스가격 주요 지표인 헨리허브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100만BTU(열량단위)당 8.17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기 이어지던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올해 들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경우는 2월(8억9000만달러)이 유일하다.

소비자 물가도 끌어올릴 수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4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석유류 가격은 전년대비 34.4%나 급등하며 소비자 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원유 수요가 견조한 상황에서 산유국들이 증산에 소극적인데다 EU마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무역수지가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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