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말하는 서유럽…'러 침공'에 EU 확대·의사결정 가속화
러, 2차 대전 당시 2천700만명 희생 "지금 유럽 우리 덕분"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리허설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1945년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이 독일 나치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전승절을 놓고 승리 당사자인 러시아와 서유럽 국가가 이를 서로 다르게 기념하면서 두 유럽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서유럽은 2차 세계대전을 떠올리며 평화를 위해선 유럽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공고히 하지만 러시아는 자신들의 희생 덕분에 유럽이 나치로부터 해방됐음에도 서방이 은혜도 모르고 오히려 러시아를 궁지로 몰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9일 유럽의회에서 전승절 기념 연설을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여기서 유럽연합(EU)이 단순한 경제적 통합을 넘어 연방국으로 나아가 세계 최강대국이 돼야 한다는 야심 찬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NYT는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은 전승절을 반드시 평화를 지켜야 하는 날로 기념하며 그 방식으로는 EU와 같은 통합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에 충격요법이 됐다. 전쟁 이후 EU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몰도바를 EU에 가입시키는 것을 시급한 문제로 보고 있다.
EU의 외교와 국방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을 가속해야 한다는 요구도 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국방 등에서는 '실용적인 연방주의'가 필요하다며 "EU가 만장일치 원칙을 극복하고 다수결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특정 분야에서는 EU의 의사결정 방식인 만장일치제를 버리자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NYT는 '연방주의'라는 말은 결국 '유럽 합중국'이라는 방식으로 유럽 통합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리허설에 참가한 러시아 장갑차 |
반면 러시아는 전승절을 '위대한 애국 전쟁'의 승리의 날로 기념한다.
특히 옛 소련군과 민간인 약 2천700만 명이 사망하는 소련의 희생을 통해 나치로부터 유럽을 구해냈다고 강조한다.
'푸틴의 마음속으로'라는 책을 쓴 프랑스 장가 미셸 엘차니노프는 "푸틴 대통령은 유럽이 배은망덕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는 EU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러시아의 희생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유럽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덕분인데 유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등의 방식으로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에 분노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전승절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신나치 세력'이며 러시아는 이에 대항하고 있다며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망했다.
그러나 CNN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승절에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내세울 것이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는 물론이고 모든 전력을 집중하는 동부지역 돈바스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밀리 페리스 연구원은 "러시아가 동부와 남부에만 집중한다고 했지만, 러시아군은 여전히 이 지역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