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천에서 4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노 모씨(50)는 매달 적자를 보면서도 편의점에서 숙식하다시피 하며 버티고 있다. 쌓여가는 빚을 생각하면 가게를 접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지금까지 받았던 각종 대출을 생각하면 폐점은 꿈도 꾸지 못한다. 코로나19 이후 받은 정부 지원 대출, 본사 연계 대출, 신용 대출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억원에 달하는데 폐업을 하려면 빚을 갚으라는 얘기를 들었다. "인건비도 없어서 혼자 몸을 축내며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폐업이 다급한데 대출금을 한 번에 갚으면 생계 유지가 안 돼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자영업자 단체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처한 자영업자 중 대출 상환 부담 때문에 폐업을 망설이는 경우가 상당수로 나타났다. 정부는 폐업한 소상공인에겐 대출금을 만기까지 분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프랜차이즈 본사 또는 일선 은행에서 직접 대출을 받은 경우는 폐업 후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 자영업자는 추가 대출을 받아 폐업을 미루거나 사업자 주소를 주거지로 돌린 뒤 사업자를 등록하는 등 우회로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 자격으로 돈을 빌린 경우 폐업을 하게 되면 원칙적으로는 대출금을 즉시 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사업자등록번호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아서 버티거나 아예 '무늬만 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이다.
특히 통신판매업자 등의 사업자는 주거지 등록이 쉽고, 매출 현황 등을 대출 만기 이전엔 잘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업종 변경이 쉬운 편이다.
경기 부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은행에 문의하니 폐업을 하면 담보가 없어져서 대출금을 바로 갚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쓰던 장비를 헐값에 팔고, 철거 비용과 위약금까지 내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구나 싶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어떤 경우엔 폐업해도 대출이 만기까지 유지되고, 어떤 경우엔 안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정책 대출이 결과적으로 자영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자영업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2016~2017년 정책 대출 지원 시점에서 1년 뒤 폐업한 업체의 신용점수가 평균 64점 하락했다"며 "전체 평균 하락 폭 24점의 2.6배"라고 밝힌 바 있다. 자영업자 정책 대출이 이들의 폐업을 막기엔 역부족인 데다 오히려 폐업 시 빚만 늘린다는 것이다. 김씨 역시 "폐업하고 대출금을 한 번에 갚지 못해 연체가 되면 결국 신용도도 떨어지고, 그러면 나중에 재기하려고 할 때 대출이 안 나올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일선 은행에도 개인사업자의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에 여신을 받은 분이 많아 최근 폐업을 준비하며 상환을 문의하는 고객이 상당하다"며 "은행 쪽에서도 연착륙 방안을 안내하는 등 폐업을 앞둔 고객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증부 대출은 폐업하면 회수하는 게 원칙이지만 소상공인의 경우 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해 연체가 없을 경우 만기까지 대출을 유지하고 있다"며 "시중은행이 자체 자금으로 대출해준 경우엔 상환을 통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 단체에서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지원한 대출 외에 다른 대출도 만기를 보장하는 등 소상공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폐업조차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자영업자를 위해 장기 상환을 지원하거나 국제통화기금(IMF) 시기처럼 탕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홍주 기자 / 김정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