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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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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연합뉴스

출근길 기자들 만난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5.11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논설실장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출퇴근길에 공관 3층 로비에서 종종 출입 기자들과 약식 회견을 한다. '부라사가리'(ぶら下がり·매달린다는 의미)라고 불리는 이 회견은 현안을 둘러싼 핫한 문답이 오가는 무대다. 기자들이 관저 로비나 현관 등지에서 총리에 매달리듯 밀착 취재한 데서 유래한 말이 '부라사가리'다. 이런 까닭에 '부라사가리'는 일본 총리의 소통 성적표로 평가받곤 한다. 언론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기시다 총리가 취임 반년간 총 100차례의 약식 회견을 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등 종종 언론을 기피했던 전직 총리들도 매달 10여 차례 이상 응하며 이 관행을 이어왔다.

'부라사가리'를 정착시킨 이는 2001년 취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다. '소리방'(總理番) 이라고 불리는 총리 담당 기자들에게 출퇴근 시간에 하루 2차례 즉석 질문 기회를 줬다. 시간제한 없이 솔직히 답한다는 게 내부 규칙이었다고 당시 고이즈미의 비서관을 지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전 내각관방 참여가 밝힌 바도 있다. 출근길 문답은 주로 신문용, TV 카메라를 허용한 퇴근길 문답은 주로 방송용이었다고 한다. 미디어 전략에 능수능란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생중계되곤 한 이 기회를 '우정 개혁' 등 국정과제 추진에 우호적인 여론형성의 장으로 활용했다. 나가타초(永田町·일본 정가)의 상식을 뒤집었다고 평가받은 고이즈미의 이 실험 이후 '부라사가리'는 대체불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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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미크론 대책 '우왕좌왕'…항공권 판매중단 요청 철회
(도쿄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일 관저 로비에서 취재진에게 오미크론 대책으로 국토교통성이 일본행 항공권의 신규 판매를 중단토록 항공사에 요청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요청으로 혼란을 초래했다고 사죄의 뜻을 밝힌 뒤 "국민의 귀국 수요를 충분히 배려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2021.12.2 photo@yna.co.kr


미국의 대통령들도 거의 매일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악명높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도 기자들과의 즉석 문답 도중 나왔다. 2017년 8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자신이 소유한 내셔널 골프클럽으로 여름휴가를 간 트럼프. 그는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며 "전례 없는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응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미국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와 기자회견장인 브리핑룸이 백악관 웨스트윙(서관) 1층에 같이 있어 대통령이나 참모들이 언제든지 취재진과 대면할 수 있는 구조다. 대통령 전용 헬기장이 위치한 백악관 남쪽 잔디밭 사우스론(South Lawn)은 취재진이 미 대통령과 수시로 문답을 벌이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door steppingㆍ약식 회견)이 화제다. 지난 11일 출근길,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청사 1층 로비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취임사에서 '통합' 이야기를 뺀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데 이어, 12일에는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을 임명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오늘은 일부만"이라고 답했다. 역대 대통령에게는 볼 수 없었던 '출근길 소통' 장면이었다. 윤 대통령이 '용산 시대'를 열고, 청사 1층에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마련해 취재진과 한 공간에 있고자 했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청와대 밖 별채인 '춘추관'에 취재진을 머물게 했던 '삼청동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앞으로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정례화할지, 취재진의 까칠하고 민감한 질문에도 성실하게 답할지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백악관 "트럼프가 신임않으면 못남아" 틸러슨 신임 확인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백악관에서 헬기장으로 향하는 모습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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