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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민주당, 왜 이러나···권력형 성범죄 ‘땜질 대책’ 무한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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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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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왼쪽)·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저녁 국회 당대표실에서 성 비위 의혹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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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권력형 성범죄의 늪에 빠졌다.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사건이 터지자 다른 때와 달리 대국민 사과와 함께 가해자 제명 등 발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반짝 반성’으로 끝날 것이라는 비관적 예상이 나온다.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사건 등 민주당 인사들의 성범죄 사건 때마다 사후 땜질식 대책만 발표했고, 성평등과 성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은 이뤄내지 못한 점이 다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근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정치와 정당 문화가 권력형 성범죄 반복의 주요 원인이고 이를 실질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선 박 의원 성비위 사건이 불거지자 “또다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2020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이 연쇄적으로 터졌을 때마다 새로운 태스크포스(TF)와 신고·상담센터 설치를 주요 대책으로 마련하면서 사태를 수습해왔지만 성범죄에 대한 의식 제고·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 전체가 인식 개선에 적극 나서기보다 쉬쉬하면서 서둘러 수습해야 할 골칫거리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18년 안희정 전 지사 사건 당시 젠더폭력TF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설치했다. 2년 뒤 2020년 4월 오거돈 전 시장 사건 때 젠더폭력근절대책TF를 신설했다. 불과 3개월 만인 그 해 7월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은 당 윤리감찰단과 온라인 신고센터를 설치했고,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연 1회 성평등 교육 의무화 조치를 했다. 그 해 11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무공천을 규정한 당헌·당규를 무력화한 후 관련 대책으로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당직자를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대책들은 박 의원 사건으로 무용지물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다른 사건 때와 달리 당 지도부가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박 의원 당적을 즉각 제명했다. 그러나 수사기관 고발이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라는 강도 높은 대책은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 사건을 국회 인권센터로 보내며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박 의원이 가짜 사직서를 통해 피해자의 의원면직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국회 윤리특위 제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사과를 한 당 지도부를 향해 “내부 총질하지 마라”, “지방선거 망치려고 작정했나”는 문자메시지 폭탄을 보내고 있다.

당 안팎에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는 권력형 성범죄와 사후 땜질식 대책 반복이란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성범죄와 젠더의식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남성 중심적인 정치와 정당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여성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국 모든 정치권 내 인사들이 성범죄에 대한 통렬한 자기 인식을 해야 한다”며 “‘이 정도가 성추행이야?’라는 인식이 여전한 상황을 깨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교육과 필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후마니타스 교수는 남성 중심적인 정치권의 인적 구성과 의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성 정치인들의 수와 권한이 워낙 강한 남성 중심적인 정당 문화 속에서라면 (성비위 사건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여성 인재를 발굴·양성해 인적 구성을 먼저 바꾸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 리더십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당의 구조 자체도 바꾸고 정치 의제도 현재의 (권력투쟁 중심의) 남성 중심적인 것에서 벗어나 풀뿌리 생활 정치 등 민생 의제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향신문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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