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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현직’ 바이든은 왜 ‘전직’ 문재인을 따로 만나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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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이제훈의 동서남북

바이든 “문 대통령과 개인적·비공식 만남 희망”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만남 최종조율 중


한겨레

2021년 5월21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점심 식사를 겸해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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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는 22일 서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공식 일정을 마치고 나서다. 장소는 바이든 대통령의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이 유력한데, 정확한 시각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사정에 밝은 복수의 고위 외교 소식통이 18일 전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러 한국에 와서 한국의 전직 대통령을 따로 만난 선례는 단 한차례도 없다.

이번 만남은 미국 쪽 요청으로 지난 2월께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 김에 “문 대통령을 만나 개인적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며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만남”을 희망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복수의 고위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지난해 5월21일 워싱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바이든 대통령 방한 초청”을 근거로, 미국 쪽이 ‘5월 하순 일본에서 쿼드 정상회의를 하는데, 그 계기에 한국에 가도 되겠느냐’고 문의하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함께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한 데는 한-미 동맹 차원이라는 점과 개인적 “신뢰·친분 관계” 따위가 두루 작용한 듯하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미 동맹을 원만하게 관리해준데다, 지난해 5월 워싱턴 회담에서 ‘포괄적 협력’(Comprehensive Partnership)이라는 동맹의 격상된 비전에 합의하고, 정권 교체기인데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준비해준 문 전 대통령께 개인적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두분이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가톨릭 신자라는 개인적 공통점도 작용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만나려는 데에는 이런 ‘개인적’ 측면을 넘어서는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으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선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한국의 개혁진보진영을 상대로 한·미 동맹 지지 여론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전략경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한-미-일 3각 협력을 발전시키고 한-미 관계를 진화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윤석열 정부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의 동맹 지지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의 원로 인사는 “3월 대선이 0.73%포인트, 24만여 표차로 당락이 갈릴 정도로 보수와 진보의 힘의 균형이 팽팽하다는 사실을 미국 쪽이 의식한 행보”라며 “이번 만남은 한국의 진보진영을 의식한 미국 쪽의 ‘위험 분산’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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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21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앞줄 가운데) 및 그의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악관은 중위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퍼켓 예비역 대령이 1950년 11월25~26일 청천강 북쪽의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 점령 과정에서 중국군에 맞서 활약했다고 그 공적을 설명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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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미국 대통령은 일본이나 호주를 방문했을 때 상대국 직전 총리를 따로 만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만남을, 미국이 한-미 동맹을 미-일 및 미-호주 동맹과 같은 급으로 다루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월 초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을 이끌고 방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미 동맹과 관련해 “복원” “재건”을 일쑤 입에 올리자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이 “무슨 소리냐, 한·미 동맹은 이미 ‘포괄적 협력’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는 전언도 이런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다. 이런 사정 탓인지 박진 장관은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첫 화상 통화(13일) 때 한-미 동맹과 관련해 이전의 ‘복원’ ‘재건’이 아닌 “강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차례 정상회담을 한 문 전 대통령과 별도 만남을 통해 ‘대북 신호’를 보내려는 고차원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이란 풀이도 있다. 복수의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두 분의 만남 자체가 무게 있는 대북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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