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공개 시연회에서 직원이 보증금 반환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되며, 매장에 직접 일회용 컵을 반납한 후 보증금을 소비자용 앱으로 반환받으면 된다. 소비자는 현금 외에도 소비자용 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고 자신의 계좌로 이체할 수 있어, 현금을 소지해야 하는 불편을 덜 수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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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본사와만 소통하고 실제 점주들과 공청회를 진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고장수 전국카페 사장협동조합 회장)
23일 국회에서는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에 따른 카페업종 현안 간담회'가 열렸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와 관련한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참석한 자영업자들은 "환경보호라는 정책의 큰 뜻은 이해한다"면서도 '시간 끌기용' 제도 유예가 아닌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환경부는 카페·매장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구매하려면 보증금 300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6개월간 유예한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당초 다음달 10일부터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소상공인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시행을 연기한 것이다.
광주광역시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양모씨는 "개선점이 한두 개가 아니라 개선점을 모두 담아내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법안 폐지가 낫다"며 "2020년 법 제정 이후 2년간 준비했다고 하는데 어떤 걸 해결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환경부가 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는 불만이 거셌다. 고장수 회장은 "2년 전 국회에서 통과되고 세부 수칙은 환경부에서 만들고 지정하는 과정에서 현장 목소리를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증금제 시행이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된 것은 2020년 6월이지만, 환경부는 지난 3월부터야 전국 설명회를 시작했다. 시연회는 지난달 한 차례 연 게 전부였다.
간담회에서는 환경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소요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증금제가 도입되면 일회용컵에는 회수 여부를 확인하는 라벨을 붙여야 한다. 앞서 환경부는 라벨 배송이 약 3주가 소요된다는 내용을 프랜차이즈 커피숍 본사에 공지했고,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법 시행 3주 전인 지난 18일 전후로 가맹점주들에게 라벨 주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증금제도 시행이 유예되면서 자원 순환보증금 센터 홈페이지에는 본사 지시에 따라 라벨 배송을 신청해 비용을 입금한 가맹점주들의 환불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커피'를 운영한다는 A씨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라벨지 부담, 회수 부담 등 모든 책임을 자영업자가 떠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환경보호라는 대국적인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면서도 자영업자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며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영 한국 폐기물자원 순환학회장(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 자체는 꼭 필요한 제도"라며 "과거 환경부에서는 소각로를 설치할 때 20~30%의 정부 지원금을 준 것처럼 이번에도 약 2년간 2~30% 유예금을 주는 등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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