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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세계 속 한류

CNN, 한국 막걸리에 주목… “차세대 한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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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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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와 맥주에 밀려났던 한국 막걸리가 차세대 한류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고 미 CNN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NN은 ‘막걸리는 어떻게 소주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막걸리의 역사와 현재를 조명했다. 막걸리는 한국에서 저렴하고 맥주보다 덜 세련된 술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국내 성장에 힘입어 해외 시장 공략까지 나서는 상황이다.

‘막걸리’라는 단어는 19세기 초 편찬된 ‘광재물보’에 처음 등장한다. 다만 문헌 기록과 달리, 막걸리의 기원은 천 년 전일것으로 추정된다. 막걸리의 특징은 단순함이다. 쌀밥과 효모, 물을 혼합해 진흙 항아리에 넣고 몇 주 동안 발효하면 막걸리가 탄생한다. 과거 한국에선 집집마다 독특한 조리법으로 술을 빚어왔다.

가양주 문화는 일제강점기 때 ‘주세령(酒稅令)’이 내려지면서 쇠퇴기를 맞는다. 모든 주류 제조에 세금을 부과하고 면허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가내 양조업자는 표준화된 공업용 주류 제조사에 밀려나게 됐다. 1965년 식량난을 겪자 정부는 ‘양곡관리법’을 시행해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한다. 이 정책으로 쌀 대신 수입 밀과 보리 등을 재료로 사용했으나 맛이 떨어지면서 막걸리 인기도 시들해진다. 1977년 풍년이 들면서 정부는 밀가루 막걸리를 금지하고 쌀 막걸리를 생산하도록 한다. 그러나 쌀 소비가 늘어나자 2년 만에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쌀과 밀가루, 잡곡 등을 혼합해 제조하도록 조치를 내린다. 이후 1989년 다시 쌀 막걸리 금지가 풀리고 1995년에는 자가 양조가 합법화되지만, 이미 막걸리는 현대식 소주에 자리를 내준 뒤였다.

막걸리는 명인과 젊은 사업가들이 오래된 제조 기술을 재현하면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정부도 전통주를 잠재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산업으로 인식하면서 제조 면허 요건 등 진입 장벽을 낮췄다. 2017년에는 일부 전통주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국 시장에서 막걸리 소비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막걸리의 온·오프라인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주류 시장이 1.6% 후퇴한 반면, 막걸리 시장은 52.1% 성장했다.

막걸리 주조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호주 출신의 줄리아 멜러는 2009년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막걸리에 빠져 관련 사업을 시작한 경우다. 그는 ‘더 술 컴퍼니’를 운영하며 미국, 덴마크, 싱가포르 출신의 외국인들에게 막걸리 양조 수업과 상담을 진행한다. 멜러 대표는 자신의 사업이 코로나 기간 4배 성장했다고 전했다.

2009년부터 프리미엄 막걸리 양조장 ‘복순도가’를 운영해온 김민규 대표는 올해 안에 미국과 오스트리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해외 바이어들의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외국 소비자들에게 막걸리는 건강하고, 유기농으로 여겨진다”며 “외국인들이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술”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아시아를 넘어 확장하고 있는데, 막걸리도 이 한류를 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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